[IT세상속으로]과학재단 `과학재단소식`

 우리는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전혀 도움이 될 바가 없는 외모가 이처럼 중요하게 된 것은 분명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학재단(이사장 김정덕)이 발행하는 ‘과학재단소식’에 실린 ‘모름지기 여자는 예뻐야 한다’를 소개한다.

 ‘저런 멍청한 새 같으니, 자기 새끼의 아비가 될 수 있는 수컷을 단지 꼬리가 길다는 이유로 선택하다니.’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명저 ‘제3의 침팬지’에서 아프리카의 긴꼬리천인조의 생활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스웨덴의 생물학자인 멀티 안데르센 박사가 긴꼬리천인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인용했다.

 이 새의 암컷은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호하는데 안데르센 박사는 수컷 9마리를 골라 꼬리를 15㎝만 남기고 잘라내 그 꼬리를 다른 수컷 9마리의 꼬리에 붙여 75㎝ 정도로 길게 만든 뒤 암컷과 수컷의 생활을 관찰했다. 그 결과 긴 꼬리를 붙여놓은 수컷이 꼬리가 짧은 수컷보다 평균 4배 정도 많은 암컷으로부터 선택받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제일기획은 최근 13∼43세의 한국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외모에 신경을 써서 외출하면 더 친절한 대접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56%는 또래의 여성을 보면 외모부터 비교하게 된다고 답했다.

 대홍기획이 지난 4월 발표한 ‘체인징 코리안’이라는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옷을 잘 입어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39%는 아름다워진다면 성형수술을 받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미국의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850만건의 성형수술이 이뤄져 2000년에 비해 48%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성형수술시장은 영국과 독일에서도 전년 대비 각각 30%, 15% 성장했다.

 앞서 언급했듯 긴꼬리천인조 암컷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꼬리의 길이다. 그러면 인간은 배우자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인간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과연 유전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있을까.

 다윈은 일찌기 “인종의 외형적인 변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특별히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인간은 생존경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미모에 신경을 쓰게 되었을까.

 유사 이래 여성은 외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잣대로 그 아름다움을 평가받았지만 요즘처럼 외모에 집착하는 경우는 없었다.

 긴꼬리천인조 암컷에게 수컷의 긴 꼬리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의 미모도 진짜냐 가짜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순수자연미인이건, 화장술의 결과건, 성형수술을 했건, 아름답기만 하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모름지기 여자는 예뻐야 한다’로 귀결된다. 그러면 지구를 방문해 인간이라는 종의 짝짓기 특성을 관찰한 외계인은 긴꼬리천인조를 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처럼 탄식하게 될 것이다. ‘저런 멍청한 동물 같으니 자기 새끼의 어미가 될 수 있는 암컷을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선택하다니.’

 <허두영 한국과학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