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기 제조업체들 中에 연구센터 설립 `러시`

 중국이 국내 정보기기 생산기지에서 한 발 나아가 연구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전세계 제조기지로 부상하면서 관련 부품, 금형산업 등도 빠르게 발전하는 데다가 기술인력도 원활히 공급되는 등 제품개발과 관련된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업체인 이미지퀘스트(대표 김홍기 http://www.hyundaiQ.co.kr)는 올해말까지 중국 톈진 현지생산법인에 디스플레이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5000평의 부지에 설립되는 디스플레이 연구센터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CDT, LCD모니터 연구기능을 모두 현지로 이관받아 내년부터 중국 내수 제품과 해외수출 제품 개발을 맡게 된다. 본사는 PDP TV, 노트북PC, LCD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연구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 http://www.trigem.co.kr)는 국내 PC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선양법인에 R&D센터를 설립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초기 50명으로 구성된 R&D인력은 대부분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인원은 한국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삼보컴퓨터 선양법인 총경리인 이윤식 전무는 “현지상황에 맞는 제품개발의 필요성을 느껴온데다가 PC관련 부품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PC 연구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비됐다”며 “당분간은 한국에서 중국 내수모델과 선양법인의 수출모델을 개발하겠지만 곧 중국 현지 R&D인력이 이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중국 난징 모니터 공장은 지난 98년부터 설계실 조직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내수 모델과 일부 LG전자의 수출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있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박해덕 IT담당은 “현재 80여명이 연구인력이 활동중이며 최근에는 기술수준이 크게 높아져 자체 모델 개발에도 어려움이 없다”며 “예전에는 관련 부품·금형 등의 기술수준이 낮았으나 이제는 그러한 문제도 해결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모니터사업부는 아직까지 중국에 연구소나 설계실을 설립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금형을 국내에 들여와 제품생산을 진행하는 등 일부 생산설비를 역수입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말 중국에 노트북 PC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컴퓨터사업부는 PC공장을 지으면서 아예 연구소도 함께 설립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라는 블랙홀이 국내 제조시설에 이어 이제 연구시설까지도 흡수하는 모습”이라며 “현재 국내 대기업들의 국내 제조시설과 중국제조시설이 생산물량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듯이 조만간 제품 개발부문에서도 이러한 경쟁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