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보자. 아슬아슬하게 오른 암벽. 드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다보는 세상. 자연의 거대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세상사의 덧없음을 곱씹다보면 일상생활의 피곤함은 사라질 듯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만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던 암벽등반이 대중속으로 파고드는 이유다.
설비넷의 배현수 부사장(46)은 최근 바쁜 해외출장 스케줄 속에서도 전세계 암벽등반의 메카라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들렀다. 그는 분기별 1번씩은 암벽등반을 빼먹지 않으려고 애쓴다. 지난해초부터 시작한 암벽등반의 성취감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도 많이 했다. 사업을 준비하며 피로에 쌓인 주말에 5주간 등산학교를 다녀야했다.
배 부사장은 암벽등반의 매력으로 △도전 △철저한 분석과 끊임없는 자기수련 △철저한 파트너십을 꼽는다. 결국 B2B란 새로운 영역을 뚫고 나가야 하는 설비넷의 비전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반드시 두사람이 생사를 걸고 함께 움직여야 하는 암벽등반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동시에 배려하는 상생의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1000m를 넘는 엘 캐피탄(El Capitan,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제일 높은 암벽)에 오르는 것. 짧으면 2박3일, 길면 3박4일이 걸리는 그 과정이 뭐가 좋겠느냐고 사람들이 반문하면 한번 자신의 힘으로 암벽을 올라보라고 조언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자신감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동시에 느끼는 짜릿한 순간을 떠올려보란다.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전략기획팀 김수홍 대리(36)는 17년 경력의 산악인이다. 지난 85년부터 매주 주말을 산에서 보내는 그는 사내에서 글로벌 전자무역 네트워크 연동사업(Pan Asian e-Commerce Alliance), 기획, 대외협력 등 핵심업무를 맡고 있는 인재다. 그런 만큼 업무 스트레스 또한 크다.
“몇 시간 산속을 걷고 암벽등반을 하는 동안에 속세의 걱정과 근심이 잊혀져가고 하산주 한잔에 한주의 피로가 씻겨 내려갑니다.” 김 대리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산악부에 가입, 북한산과 도봉산의 인수봉, 선인봉 암벽을 등반하며 대자연을 보는 심미안을 길렀다. 지난 92년에는 히말라야 거봉등정(가셰르브룸2봉, 8035m)을 통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산은 인생의 대학’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그 역시 대학에서보다 1년에 100일이 넘는 산행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산행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동료애, 인내심, 리더십을 몸에 익혔고 미국에서 산업공학 석사, MBA 등을 무사히 마친 인내심 역시 산이 준 선물이었다.
“가보지 않은 산을 오를 때 느꼈던 희열을 새로운 무역패러다임인 글로벌 전자무역사업에서 발휘하겠습니다.” 산 사나이의 도전정신에 기대가 모아진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