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비씨큐어 사장

 “보안업계도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물론 이에 따른 제도·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암호 및 인증기술 기반의 보안솔루션 공급업체인 비씨큐어를 이끌고 있는 박성준 사장은 우리나라 보안산업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산증인이다. 박 사장은 개념조차 희미하던 80년대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서 암호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안분야만을 연구해 온 연구원 출신이다. 때문에 정보보호업체로서 1세대는 아니지만 그 자신은 우리나라 정보보호 분야 1세대 연구원이라고 자평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80년대 현대암호학이 시작됐고 신원확인과 인증, 서비스 개념이 포함되는 과정에서 상업적인 차원의 보안개념이 형성됐습니다. 오랫동안 연구해온 암호기술의 상용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박 사장은 ETRI에서 쌓은 기술과 KISA에서 얻은 정책입안 경험을 살려 지난 2000년 비씨큐어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 기술과 정책에 대한 노하우를 꿰뚫고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당연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연구소나 정부산하 기관에서 막연하게 바라보던 시장의 개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창업과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훤히 안다고 자부하던 산업계의 모습이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시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셈입니다.”

 시장 진입이 늦은 탓에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현재 비씨큐어의 기술력만큼은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벤처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지난해, 창투사로부터 200억원 정도의 회사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요즘 아시아시장 특히 동남아 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와 사고가 판이하게 다른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정서와 문화가 그나마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반미감정을 가진 나라가 많아 보안강국인 미국에 비해 접근(?)하기가 좀더 쉽다는 이유에서다.

 기술과 경험을 최대한 살리면서 신뢰를 얻으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틈새시장 공략 정책인 셈이다. “창업때부터 추진해온 동남아 개척의 가시적인 성과를 다음달경에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사장은 “소프트웨어 수출지원정책 정도는 아니더라도 보안분야에 있어서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글=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