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앞두고 영등위-업계 양보없는 신경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전면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온라인게임등급제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등위는 당초 계획대로 3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일부터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그동안 등급분류를 차일피일해온 업체들도 등급분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출범한 게임협회연합체인 한국게임산업연합회(회장 임동근)는 이에 맞서 ‘업계 자율심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영등위 VS 업계 줄다리기 여전=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영등위의 등급분류 일정이 다가오자 또 다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공식 출범한 한국게임산업연합회는 이같은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게임업체 170여개가 참가한 연합회는 주요사업으로 업계 자율심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올 연말까지 △게임사업자행동강령 제정 △게임자율심의시스템 개발 △불법 게임이용신고 및 분쟁조정센터 설립 등의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을 천명했다.

 특히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업자자율규제기구(SRA:Self-Regulation Agency) 모델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문화관광부나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영등위의 사전등급분류를 전면 재검토해야만 가능한 일이라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영등위와 문화부 관계자들은 ‘업계 자율심의’는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이전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에서 이같은 자율심의를 도입해 빚은 부작용을 제시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음비게법 등 법률개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영등위의 등급분류 체계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등급분류를 놓고 업계와 관계당국의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등급분류 문제점 속속 노출=영등위의 등급분류 전면시행이 코앞에 닥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게임이 심의신청을 하면서 영등위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영등위 PC·온라인게임분과에 따르면 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등급분류를 요청한 게임이 폭주해 현재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이 160여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 3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수(170여편)와 거의 맞먹는 수치다. 특히 등급제가 본격화되는 다음달부터는 더 많은 게임이 등급분류를 신청할 것으로 보여 영등위 업무가 극심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PC·온라인게임분과는 매주 1회 등급분류 심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한번에 40∼50여편의 작품 정도를 소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등급분류 신청에서 심사까지 최악의 경우 두달 가량 기다려야 하는 시나리오도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이 노출되자 영등위와 문화부는 일단 등급분류 신청만하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등급분류에 대한 책임을 유예해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임동근 회장은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이 1000여종을 헤아릴 정도라 심의위원 5∼6명이 이 모든 게임을 심의한다는 것은 산술적으로도 무리”라며 “업계 자율심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심의대상, 심의시기 등에 대해 영등위와 문화부가 세부지침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아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