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차전지업체들이 한국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저가공세에 나섰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요·소니·마쓰시타 등 일본의 주요 리튬계 2차전지업체들은 최근 한달 동안 한국에 공급하는 2차전지 셀 가격을 평균 7∼8% 가량 인하했다.
이는 상반기 가격인하분과 합칠 경우 연초대비 최고 2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용량과 크기가 표준화된 노트북용 원통형 ‘18650’ 제품의 경우 3달러50센트 정도에서 최근에는 3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등 낙폭이 가장크다.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LG화학 등 국내업체들이 2200㎃h급 고용량 제품을 양산함에 따라 일본업체들이 구모델인 1800㎃h 및 2000㎃h급의 가격을 크게 낮춰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용 각형 리튬이온전지 가격도 연초대비 15% 정도 하락한 2.5∼3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온 리튬이온폴리머전지 가격도 연초대비 5% 가량 하락한 3달러20센트 선에서 거래돼 3달러선이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세계 2차전지시장을 거의 독식해온 일본업체들이 LG화학·삼성SDI·SKC·코캄엔지니어링 등 국내업체들이 대대적인 설비증설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시장수성 차원에서 견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과는 달리 일본업체들은 이미 2차전지 생산라인의 감가상각을 거의 마무리, 가격인하에 따른 부담이 적은 편”이라 면서 “최근 2차전지의 수요와 공급 능력이 비슷해 더이상의 추가 공급가격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들어 국내업체들이 해외 굴지의 노트북 및 이동통신단말기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일본업체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의 저가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저가공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며 이익실현을 기대했던 국내업체들은 공급가 하락에 따른 실적감소와 채산성 악화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중인 삼성SDI 등 국내업체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2차전지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수익률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미 일본 수준의 수율을 달성, 추가적인 공급단가 하락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들과의 승부도 겨뤄볼 만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