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문화 현장을 가다>(9)대만기업들

 대만 게임시장은 한국의 1년 전 모습과 비슷하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뮤’ ‘라그하임’ ‘라그나로크’ 등으로 촉발된 3D 온라인게임 열풍이 대만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게임업체들이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국의 1년 전 모습과 똑같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한국 게임시장은 ‘3D 열풍’으로 요약할 수 있다. 3D 온라인게임을 선보인 후발주자들이 철옹성 같던 ‘리니지’ 아성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웹젠, 나코인터랙티브, 그라비티 등 새로운 스타기업이 부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해부터다.

 대만 게임업계에도 이같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니지’로 절대강자 자리에 오른 감마니아와 3D 온라인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민 후발업체들이 시장 수성과 공략을 위한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대만 게임업계의 절대강자는 현재 감마니아(대표 앨버트 류)다. 여러 업체들이 저마다 최고를 외치지만 감마니아를 1등 기업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는 온라인게임 매출규모에서 대만시장의 60% 이상을 감마니아가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마니아는 지난해 ‘리니지’ 하나로 11억7000만대만달러(4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 100% 가까이 성장한 20억대만달러(760억원)의 매출을 올릴 기세다. 물론 이같은 배경에는 ‘리니지’가 대만에서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리니지’는 한국에서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과 달리 아직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시접속자수도 최고 13만명을 넘어서 한국에서 최고 기록을 추월한 상태다. 1억6000만대만달러(64억원)에 달하는 월 매출도 갈수록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감마니아는 이 여세를 몰아 ‘라그하임’ ‘헬브레스’ ‘아타나시아’ 등 한국 인기 온라인게임 3편의 판권을 잇따라 획득해 ‘1등 굳히기’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라그하임’ ‘아타나시아’ 등 3D 온라인게임의 판권을 선점하면서 후발업체의 거센 도전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감마니아는 해외 진출에서도 가장 선구적이다. 중국, 일본, 홍콩, 북미지역에 대규모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퍼블리셔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서도 독주체제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소프트월드, 소프트스타, 화의 등 PC게임 개발 및 유통업체들이 온라인게임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타도 감마니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게임업체로는 후발주자이지만 PC게임 개발과 유통에서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감마니아를 위협할 태세다.

 이 가운데 소프트월드(대표 친포왕)가 가장 두드러지는 업체다. 지난 83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표적인 대만 1세대 게임업체로 통한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게임개발과 유통에 주력하면서 개발력과 유통망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대만에 출시했기 때문. TV광고 등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간 ‘라그나로크’는 지난 8월말 시범서비스에 들어가자마자 한달만에 동시접속자 5만명을 돌파하며 ‘리니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대만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김용 온라인’을 자체 개발할 만큼 수준급의 개발력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그나로크’에 이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미르의 전설2’의 판권까지 확보해 감마니아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프트스타(대표 이용찐)도 정상을 노리는 게임업체다. 현재 대만 인기 온라인게임 10위권에 포진해 있는 ‘현원검’을 자체 개발할 만큼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특히 PC게임과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모바일게임에도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업체로는 유일하게 일본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모임인 STAC 회원으로 가입해 앞선 개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석기시대(스톤에이지)’ 서비스업체로 잘 알려진 화의(대표 로버트 황)는 대만보다 중국에서 더 성공한 업체다. 화의가 서비스중인 ‘석기시대’는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에 이어 2위 자리를 놓고 한국 온라인게임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현재 베이징과 쓰촨에 지사를 두고 중국시장 진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설립,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석기시대’ 개발과 서비스에 주력해 온 이 회사는 최근 차기작 발굴을 위해 한국업체와 활발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새내기 업체인 인스리아(대표 이지건)도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3D 온라인게임 ‘뮤’를 이달부터 대만에서 정식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4년 전 한국 드라마를 대만에 처음 소개해 대만내 ‘한류열풍’을 만들어낸 업체다. 한국 온라인게임 ‘X탱크 온라인’을 서비스하기도 한 이 회사는 ‘뮤’로 ‘리니지’ 아성을 깨기 위해 올해 말까지 24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밖에 ‘드래곤라자’로 온라인게임 한류열풍을 주도한 에이서(대표 차오), 3D 온라인게임 ‘엔에이지’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TIC(대표 웨인 리) 등도 대만에서 절대강자를 꿈꾸는 게임업체들이다.

 대만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대만도 한국에 버금갈 만큼 온라인게임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절대강자를 꿈꾸는 군웅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판촉전은 한국보다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뺏느냐, 지키느냐. 대만 게임업체들의 뜨거운 시장쟁탈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시장조사 유리·언어 유창 한국 화교들 `귀하신 몸`

‘화교를 잡아라.’

 대만 게임업체들이 ‘화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판권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에 정통한 화교가 각광받고 있는 것.

 대만 게임업체에서 활약중인 화교들은 대개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에도 익숙한 사람들이다. 중국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모으면서 ‘조선족 3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대만에서는 화교들이 이런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만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을 서비스중인 업체들은 대부분 화교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게임시장 조사는 물론 통역에서 번역에 이르기까지 대한 비즈니스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간간이 한국 유학생들이 대만 게임업체 직원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지만 화교들의 활약에 비하면 미미한 실정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서비스중인 감마니아의 경우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이 8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화교가 3명이나 포진해 ‘화교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웹젠의 ‘뮤’ 판권을 획득한 인스리아는 사장이 아예 화교 출신이다. 중학교때 대만으로 귀화한 인스리아 이지건 사장은 한국 드라마를 대만에 소개해 ‘한류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화의, 세인트허밋스튜디오 등 아직 한국업체와 교류가 많지 않은 업체들도 화교를 해외사업부 인력으로 기용하고 있으며 최근 온라인게임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업체 엑스레전드 등도 화교를 해외사업부 인력으로 채용한 바 있다.

 이들 화교는 대개 한국에서 화교학교를 졸업하고 대만에서 대학을 마친 경우가 많다. 한국의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동창생도 한둘이 아니다.

 화교 출신 감마니아 해외사업부 주환씨는 “화교의 경우 통역이나 번역 등 기본적인 한국 비즈니스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최근 한국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화교를 구하는 대만 게임업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이베이=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