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신유통업체 `골` 깊어지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새 브랜드 개발 및 신모델 출시를 기점으로 강력한 가격 상승 드라이브 정책을 걸고 있어 신유통 업체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할인점의 경우 그동안 독자적인 전용모델을 공급받아 타 유통루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으나 이번 삼성, LG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동일 공급가 조치로 인해 전용모델이 주는 메리트가 사라졌고 나아가 삼성과 LG가 그간 일정 정도 인정해오던 유통업체들의 자체 판매가 조정에도 다시금 강한 가격 통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30일 가전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8월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형가전을 중심으로 신제품 출시 및 제품 리뉴얼을 단행하며 몇몇 대중화된 제품의 공급가를 동급 기준으로 기존 대비 10∼20% 가량 인상했다.

 삼성전자는 8월과 9월 두달 사이 냉장고 7개, 세탁기 5개, 김치냉장고 4개 등 17개 신모델을 선보였고 LG전자는 9월 들어 냉장고와 세탁기에서 각각 4개와 2개 모델을 새로 선보였다.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가장 큰 불만은 가전 메이커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공급가를 대폭 인상해 기존 유통업체별 가격차가 희석돼 유통업체별 특징이 사라지게 됐다는 점과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제품 판매가에 대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 때는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까르푸 등 몇몇 대형 할인점은 이 같은 가전메이커의 방침과 조치로 최근 출시된 몇 개 모델은 취급을 못하고 있거나 꺼리는 상황이며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초 대행업체가 몇몇 인터넷 쇼핑몰에 자사 고급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지 말아달라는 압력성 협조 공문을 보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가전 PB상품 개발 등으로 가전메이커에 대한 유통업체의 독자적인 힘을 키우는 데 앞장서왔던 할인점 업계는 이 같은 가전메이커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여전히 가전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양사의 파워에 눌려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잘못 보였다가는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매출 및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형 할인점 가전 관계자들은 “가전메이커의 유통 길들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이는 자사 전속점 및 일반 대리점에 대한 보호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나온 전략적 조치”라고 주장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들은 “새로운 소재 사용과 신기술 채택 등으로 고급화된 제품이기에 가격을 인상한 것뿐이며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 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