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업들의 전자구매(e프로큐어먼트) 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크게 기존 도입 기업들의 ‘심화’와 유사업종에 대한 ‘확산’의 형태로 나눠지고 있다.
예컨대 장기계약 거래가 많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중공업분야의 경우 INI스틸, 대한항공 등을 필두로 시스템 도입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미 도입한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은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이어 공급자의 협업까지도 고려하는 공급사관계관리(SRM) 시스템으로의 ‘심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확산과 심화에 대한 선순환 구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전자구매시스템의 인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산=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롯된 전자구매시스템 도입이 올들어 중견기업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자구매시스템이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용절감 및 내부 프로세스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특히 그동안 무관심했던 INI스틸, 대한항공 등 중공업분야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연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키로 한 INI스틸은 1차로 오는 12월부터 국내 부문의 자재를 전자구매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공사부문 및 외자를 포함해 모든 구매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그동안 한진해운·현대상선 등이 중심이 돼 설립된 글로벌 e마켓인 지티넥서스 등의 참여 등을 통한 온라인 구매전략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직접 전자조달시스템(eProcurement)을 운용키로 했다.
발텍컨설팅의 강덕순 이사는 “다른 시스템에 비해 비교적 투자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전자구매시스템 도입 추세는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향후 2, 3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화=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지난 1, 2년 동안 전자구매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을 가진 기업들은 기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SRM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전자구매시스템이 자동화를 통한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목표를 두는 데 비해, SRM은 제품 공급업체를 관리·평가하고 공급업체의 납품시기 및 협상 등 기업간 협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전략적인 자재소싱 및 공급업체관리를 통해 전략구매가 가능해짐과 동시에 실질적인 기업간 협업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SRM 시스템을 본격 도입키로 하고 상세설계 완료에 이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측은 SRM이 가동되면 구매정보를 공유하는 ‘계획 협업’, 효율적으로 창고를 관리하고 납품하는 ‘공급사 재고관리’, 납품요청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일일공급’, 상호 시스템 직접연결을 통한 ‘업무 자동화’ 등 우수공급사와의 협업 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최근 한국IBM과 계약을 맺고 향후 8개월간 현행 전자구매시스템 전반에 관한 진단서비스를 받기로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SRM 애플리케이션기반의 글로벌 표준 전자구매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다. 또한 효율적인 글로벌 구매를 위한 전략적 자재수급(소싱)과 공급업체간 디지털 협업체계를 갖추고, 이를 통해 재고감축과 구매관련 간접비 및 원자재 품질 관리비용 등 원가절감의 구매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엠로컨설팅의 고동휘 사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사와 협력사가 윈윈할 수 있는 SRM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기존 전자구매시스템에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