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밸리 진출 모색 통신사업자들 `靜中動`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북측이 조성하고 있는 신의주밸리에 진출하기 위해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하나로통신·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북측이 경제특구로 조성중인 신의주밸리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업자는 통신부문의 사회간접시설(SOC) 건설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위한 계획수립과 자료수집 작업에 들어가는 등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통신업계는 그러나 신의주밸리 진출이 개별기업의 의지에 따라 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 정치적인 협상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아직은 신의주밸리의 발전방안이 완전히 오픈된 것은 아니고 우리 정부의 입장 또한 명쾌하지 않다는 점에서 계획수립과 협상창구 개설에 고심하는 등 다각적인 상황파악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유선통신업계=우선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인 KT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KT의 경우 신의주밸리 조성이 본격화할 경우 SOC인 통신·도로·항만 등의 건설에 남측 기업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보고 통신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더구나 신의주밸리가 첨단 IT단지로서의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어 유무선과 유무선 통합 통신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KT는 특히 사내 남북협력팀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자료수집 작업과 계획수립에 들어가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 정부와 북한, 신의주특구간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기반의 e비즈니스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역시 북측에 신의주밸리가 예정대로 조성될 경우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최근 방한한 차이나넷컴과 공동으로 신의주밸리를 포함한 해외 경제특구에서 ‘IT 디지털미디어단지 공동구축’ 등의 사업에 진출키로 하는 제휴를 맺고 신의주밸리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고속인터넷의 경우도 장비공급과 함께 서비스사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통신업계=상대적으로 유선통신업계와는 달리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신의주밸리와 관련된 얘기가 나온 지 얼마 안되는데다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무선통신사업의 특성상 아직은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다만 기존 대북컨소시엄이 신의주특구에 참여할 경우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만 세운 상태다.

 KTF는 KT차원에서 협력을 요청할 경우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CDMA 관련 협력도 북측과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당장 협력이 가능한 사안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전망=일단 현재는 실현여부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북측이 신의주밸리를 어느 정도 개방할지, 양빈 장관에 얼마만큼의 권한이 주어질지 현실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측은 현재 남북관계에 관한한 정치적인 논리와 경제적 논리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정치의 논리가 경제의 논리를 압도할 경우 신의주밸리 진출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는 이에 따라 신의주밸리의 가능성 모색과 함께 중국 화교기업이나 일본계 기업의 진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자사의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차이나텔레콤·차이나넷컴 등 중국과의 통신협력이 제대로 안된 것처럼 북한과 통신협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통신업계에서 나름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자료수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