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날으는 배 위그선을 개발한 해양연 신명수 박사 연구팀(중앙)이 길이가 24m나 되는 대형 선형시험수조에서 선박의 저항추진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항공기가 아닌 배를 타고 인천에서 중국 다롄까지 400㎞가 넘는 거리를 2시간 만에 달려가 업무를 본 뒤 여유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시대가 늦어도 2∼3년 내 실현될 전망이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연구책임자 신명수 박사)는 최근 인천 앞바다에서 실시된 날으는 배로 불리는 4인승 ‘위그선’의 시제품 시연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단계 중형 위그선 개발 예산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위그선이 수면 위를 스치듯 낮게 날아가면서도 선박으로 불리는 것은 국제해사기술기구의 규정때문이다. 국제해사기술기구는 바다에서 고도 150m 이하로 움직이는 기기를 모두 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개발된 국산 위그선 시제품은 수면에서 1.5m 부상해 시속 120㎞의 속도로 300㎞까지 운항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고도 150m 이상의 비행뿐만 아니라 최대 속도 500㎞ 이상, 항속거리 1000㎞까지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위그선에는 첨단 항공기 기술과 초고속 선박설계 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속도가 빨라지면 양력이 커지는 활주로 선형이나 직진성 확보를 위한 스캐그, 저항감소와 내항성 향상을 위한 선미 트랜성 선형, 3동선 개념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있다.
원래 위그선은 러시아가 원조다. 미국의 스파이위성이 지난 76년 구 소련 카스피해에서 시속 550㎞로 바다 위로 낮게 날아가는 괴물체를 발견하면서부터 ‘바다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서방에 알려졌다.
러시아에 이어 독일에서도 배수량 550톤에 탱크나 850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파도 높이가 0.5m 이상이면 뜰 수 없어 호수나 하천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이 한계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국산 위그선은 웬만한 파도에도 무리없이 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운항소요시간도 기존 선박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으며, 운송비용도 항공기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데다 안전성 또한 항공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또 속도에 관한 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저속으로 달리도록 설계하는 것이 고급기술이라는 것.
국내에서는 아직 위그선을 선박으로 등록할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초고속선 코드에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법체계 개선은 물론 국내에 아직 육상운송수단을 포함해 항공기의 경우에도 수송효율이 가장 뛰어난 시속 300∼500㎞대의 중속형 수송기가 없다는 점에 착안, 2단계 사업으로 중급형 위그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들기만 하면 구입하겠다는 수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위그선을 구입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등 꾸준히 수요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당장 중형기를 제작할 예산이 없어 막막하다.
“4인승 위그선까지 개발하는 데도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한동안 지원되던 예산이 끊겼다가 우여곡절 끝에 산업자원부의 벤처기업지원자금을 통해 이뤄지긴 했지만 ‘돈’이 보이는데도 외면하는 데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상용화가 가능한 위그선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신 박사는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