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전략을 수정하라.’
그동안 대미수출로 짭짤한 실적을 올렸거나 미 시장진출을 적극 모색해온 정소프트, 버추얼텍, 한국정보공학 등 국산 주요 SW기업들이 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시장에 대한 전략을 과거 교두보 구축을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서 탈피, 수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대표해왔던 이들 기업이 한국시장에서의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을 대안으로 선택했던 만큼 미국에서의 판매부진은 곧바로 본사의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내업체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전세계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경연장이 돼왔던 미국시장에서 정소프트, 버추얼텍, 한국정보공학 등은 한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출이 급신장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수출상품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올들어 9월까지 이들 기업의 대미 수출실적은 연초 목표의 50%에도 못미치는 부진이 계속돼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 174억원 중 수출로만 67억원을 기록한 정소프트의 경우 대미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총 수출규모가 당초 기대했던 200억원의 50%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출의 60∼70% 가량을 정보보호 솔루션인 하드디스크보안관의 대미수출로 달성했으나 올해는 9월까지 집계된 총 수출액 50억원을 대부분 일본, 유럽 수출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버추얼텍도 마찬가지다. 지난 99년 미 현지법인 설립 이후 퀘스트 등 미 통신회사에 자사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2000년 전체 매출 100억원의 50% 가량을 미국 수출로 달성하기도 했으나 올들어 대미 수출이 급감했다. 실제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수출액은 밝히기 꺼려질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룹웨어 영업도 사이트를 통해 유료 다운로드 판매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가 잇따라 수정하고 있는 대미 수출전략은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르는 만큼 현지 유통망 재정비, 현지법인의 위상축소,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패키지상품으로 수출전략상품을 변경하는 것 등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소프트는 현재 한동원 사장이 미 현지법인을 방문, 현지 유통망 및 지사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미국 일변도의 수출전략을 최근 수출이 신장되고 있는 일본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버추얼텍도 미 현지법인을 현지 영업 노하우를 살려 국내 IT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을 주선하는 마케팅 및 컨설팅 업체로 전환하기로 방향으로 전환키로 하고 대신 판매역할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마켓인에이블러(ME)로 등록,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지난 2000년 미 현지법인 설립 이후 시스템통합(SI) 수출로 시장진출을 적극 추진해온 한국정보공학 또한 최근 전략을 수정해 추가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가형 패키지 제품으로 전략상품을 변경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초 대규모 SI수출을 위해 수개월간 현지 업체와 접촉하는 등 시장진출을 모색해왔으나 미 IT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방향선회가 불가피해졌다”며 “행동패턴분석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인 클릭마인드를 미 현지 사정에 맞게 공급하는 등 투자수위를 대폭 낮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미 IT경기침체로 시련기를 맞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를 극복하고 아메리칸드림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