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10월 신작 비디오·DVD타이틀

본격적인 단풍시즌이 시작됐다. 배낭을 메고 울긋불긋 물든 산과 들을 찾아 나들이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늘어가면 안방극장도 휴관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마련. 그래서인지 10월 출시되는 신작 비디오·DVD타이틀의 수는 다소 줄었지만 놓치기 아까운 작품은 오히려 더 많다. 나들이 짬짬이 많지 않은 시간 동안 비디오와 DVD에 손길이 가게 하려면 그만큼 구미가 당기는 영화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

 고전만화가 영화로 화려하게 부활한 ‘스파이더맨’, 복서 김득구의 치열한 삶을 그린 ‘챔피언’, 라이터를 소재로 한 통쾌한 코미디 ‘라이터를 켜라’가 수위 자리를 놓고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아유레디’ ‘패밀리’ ‘예스터데이’ 등 극장 흥행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국산 영화들도 대거 비디오로 출시된다. 10년 만에 DVD타이틀로 복원되는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슈팅 라이크 베컴’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 등도 눈과 귀가 즐거운 작품들이다.

 

 ◇거미·챔피언·라이터 ‘누가 더 셀까’=10월 비디오·DVD타이틀의 지존은 아무래도 스파이더맨, 챔피언, 라이터를 켜라 중 하나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세 영화 모두 극장 관객 200만명 안팎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인데다 액션, 휴머니즘, 코미디라는 나름대로의 색깔을 갖고 있어 흥미를 돋우는 요소가 많기 때문.

 이 가운데 스파이더맨은 미국보다 2주 앞선 22일 DVD와 비디오로 동시 출시된다. 40년 전 마블 코믹스에 의해 창조된 스파이더맨은 그야말로 원소스 멀티유즈의 원조격이다. 빌딩벽을 기어오르고 거미줄을 팍팍 쳐대는 거미인간이라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 피터 파커가 우연히 방사능에 감염된 거미에 물리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 모티브. 화려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 전개는 볼품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유오성·곽경택 콤비의 만남으로 친구의 흥행 신화를 다시 한번 쓸 것으로 예상됐던 챔피언도 10월 비디오로 출시된다. 친구와 비교해 극장 흥행은 아쉬운 편이지만 안방극장용으로는 손색없는 작품. 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레이 맨시니와 복싱 챔피언 타이틀전을 벌이다 끝내 운명을 달리한 김득구의 불꽃 같은 삶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김득구의 일대기와 단 하나뿐인 사랑, 투혼을 불사르는 복서로서의 삶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라이터를 켜라는 화끈한 액션 코미디. 라이터라는 소재 하나로 2시간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장항준 감독의 연출이 놀랍다. 때때로 사회부정이나 비리를 고발하는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통쾌함을 더해준다. 김승우와 차승원의 연기도 결코 부족하지 않고 열차신도 볼거리. 라이터는 나이 서른에 아무 할 일도, 불러주는 이도 없는 백수의 마지막 자존심을 상징한다.

 ◇ 10년만에 DVD로 부활하는 미녀와 야수=디즈니 만화 중 가장 성공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미녀와 야수가 극장 상영 10년 만에 DVD타이틀로 출시된다. 브에나비스타는 DVD타이틀의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4개월 동안만 한정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8일 전세계 동시 발매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DVD 애호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려온 작품이기도 한 미녀와 야수는 특히 작품성과 소장성을 높여 플래티넘판으로 선보인다.

 미녀와 야수 DVD는 제작자 돈 한과 초기 제작팀에 의해 완벽하게 복원된 것은 물론 새롭게 제작됐다. 제작진들은 필름 먼지를 제거하고 세부장면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정했으며 영화에서 삭제된 음악 휴먼 어게인을 뮤지컬 DVD로 다시 제작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디스크 1장으로 구성된 스탠더드 에디션은 제작과정,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야기, 모리스의 발명작업실 게임, 마법풀기 게임 엿보기 등이 포함돼 있다. 디스크 2장으로 구성된 디럭스 에디션은 영화의 두가지 버전을 비롯해 장미메뉴, 콕스워즈와 루미에 메뉴, 칩 메뉴, 포츠 부인 메뉴 등으로 나눠져 다양한 부가영상이 제공된다.

 ◇ 국산영화 풍성=10월에는 유난히 한국영화가 많다. 9월 초 개봉된 보스상륙작전을 비롯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아유레디, 패밀리, 둘 하나 섹스, 예스터데이 등이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보스상륙작전은 많은 스크린 확보와 한나라당의 병풍 시비 등으로 화제가 된 작품. 송창의, 김성덕 등 TV PD출신이 연출을 맡았으며 정운택, 김보성, 이지현 등이 출현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룸싸롱을 개업했다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검사들이 대선자금 로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룸싸롱을 운영하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는 로맨틱 코미디. 정준호와 신은경이 주연을 맡았다. 성공률 90%의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효진은 정작 자신의 사랑엔 자신이 없다. 그러다 고객인 게임 프로그래머 현수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느낀다.

 황신혜, 윤다훈 주연의 패밀리도 코미디. 룸싸롱 마담과 깡패형제가 충돌을 벌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아유레디는 제작비 80억원을 들이고도 흥행에 참패한 미완의 블록버스터. 테마파크에서 환상의 세계로 빨려들어간 6인의 서바이벌 게임이 영화의 큰 틀이다. 이밖에 60억원을 들인 예스터데이도 비디오로 출시돼 국내 블록버스터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놓치기 아까운 작품=놓치기 아까운 작품 가운데 슈팅 라이크 베컴과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가 있다. 이 두 영화는 비록 극장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인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쓰리, 헤드윅, 쇼타임 등도 한번쯤 볼만한 영화다.

 영국 영화인 슈팅 라이크베컴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통쾌하게 풀어간다. 동네 공원에서 활약하는 자칭 멀티플레이어 축구선수 제스의 꿈은 데이비드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리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정통 인도계 영국소녀로 부모님은 그녀의 축구를 결사반대한다. 그러다 우연히 여자축구단 해리어팀 소속선수 줄스의 눈에 띄면서 7번 등번호를 달고 정식 축구리그에서 뛰게 되는데….

 프랑스 영화인 아스테릭스:미션 클레오파트라도 상당히 재미있는 설정을 두고 있다. 연인인 시저의 제안에 콧대가 눌린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민족성을 무시하는 시저의 갖은 조롱에 자존심이 상하자 전대미문의 내기를 제안한다. 사막 한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고 아름다운 궁전을 세 달 안에 지어내겠다는 것. 이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스테릭스 일당들이 맹활약을 벌인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