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을 걸어온 크리스마스 특수도 물거품으로 끝나는가.’
휴렛패커드(HP)·델컴퓨터·IBM 등 세계 메이저 컴퓨터업체들이 올 크리스마스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유력 시장조사기관들의 연이은 보고서에 잔뜩 긴장하며 풀죽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가 좀처럼 복지부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침공설까지 겹치면서 사상 유례없는 불황의 길목을 건너고 있는 이들 PC업체는 앞서도 9월의 새학기 특수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별 재미를 못본 경험이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올해 북미와 유럽지역의 크리스마스 특수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올해와 내년의 세계 개인용컴퓨터(PC)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은 이보다 한달 정도 앞서 오는 추수감사절과 함께 북미와 유럽의 연중 최대 특수기간으로 꼽힌다.
IDC는 “세계 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세계 최대 PC 수요처인 북미의 PC 수요도 덩달아 부진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휴 기간에도 PC 매기가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로렌 로버드 IDC 이사는 “올해 세계 PC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1.1% 증가하는 데 불과한 1억3550만대로 예상된다”고 말해 지난 6월 제시한 4.7% 증가율보다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는 “내년 세계 PC 판매 성장률도 이전과 같은 두자릿수 성장 달성이 힘들어 10%가 채 안되는 8.4%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데이터퀘스트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콜린 그레이엄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촉발할 만한 획기적인 PC가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에 따라 메이저 PC업체들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특수에서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획기적인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한 당분간 세계 PC시장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 중순 이후에나 개인과 기업 고객들의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전세계 PC업체들은 11월 7일 공식 발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윈도 플랫폼을 장착한 ‘태블릿PC’ 등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데 시장조사기관 메타그룹의 한 관계자는 “15년 만에 세계 PC 판매량이 감소했던 작년 역시 윈도XP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특수는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지적하며 “그나마 태블릿PC와 DVD 장착 PC 등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한 PC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 이야기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