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대리점 대량 가개통 `물의`

 이동전화 가개통이 지난 9월 대량으로 이뤄져 물의를 빚고 있다. 가개통이란 이동전화 대리점들이 허위 가입자를 통해 미리 단말기를 개통하는 것으로, 단말기 구매가 어렵거나 영업정지를 앞두고 가입자를 늘리는 편법이다.

 가개통은 유통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통신정책을 위한 정책지표 산출에도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낳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개통에 대한 현황파악과 아울러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다.

 ◇9월, 가개통 횡행=지난 9월 한달 동안 모두 132만명이 이동전화에 신규 가입했다. 신규 가입이 폭주하던 지난 99년을 떠올리게 한다.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 신규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100만명이 넘은 신규 가입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LG텔레콤은 올들어 순증가입자가 10만명이 넘은 적이 없었으나 지난달에만 30만명을 확보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모두 2만명 순증에 불과했고 지난 4월과 5월 두달 동안 10만명이 순감한 것과는 정반대다.

 KTF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달 51만에 가까운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25만명을 순증 가입자로 끌어들였다. 신규와 순증 가입자 부문에서 올들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보조금과 가개통으로 시장이 혼탁했던 지난 3월 순증가입자수보다도 7만명이나 많다.

 신세기통신과 합병인가 조건 이행 여부에 대한 정부 감시로 인해 비교적 소극적이던 SK텔레콤은 지난달 평소보다 적은 39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으나 순증에서는 지난 3월 이후 최고인 20만명을 기록했다.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이같은 가입자 시장의 ‘대약진’은 가개통이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통신업계 및 대리점 관계자들은 지난달 신규 수요를 끌어올릴 특수 상황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영업정지에 대비=이동전화사업자들이 지난달 집중적으로 가개통을 일삼은 것은 이달중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가 영업정지 등 초강력 규제를 실시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한 이동전화사업자 관계자는 “지난달에 가개통 행위가 경쟁적으로 벌어졌으며 영업정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사업자와 대리점들은 대량으로 가개통을 시킨 뒤 영업정지 이후 신규 가입자를 기기변경 가입자로 둔갑시키는 방법으로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들은 경쟁사들이 지난달에 적어도 10만대, 많게는 20만대 이상 가개통했다고 서로를 비방했다.

 대리점 관계자들은 지난 추석연휴 대리점 휴무기간을 전후로 본사 영업사원의 암묵적 지시와 영업정지에 대비해 대량으로 가개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통신사업자들이 집계한 일별 신규가입자 자료에 따르면 휴무 기간중 신규 등록자수가 정상 영업일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과 정부 대책=가개통은 이동전화 시장 유통질서를 문란케 할 뿐만 아니라 정보유통에도 혼란을 준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통부는 매달 이동전화가입자 동향을 보고 받아 정책의 지표로 활용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데 가개통이 지표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업자들이 가개통을 통해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해가면서 정책 자체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부와 통신위는 가개통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서홍석 통신위 사무국장은 “이동통신사의 가개통 문제를 파악하고 4일까지 가개통 물량을 취소하고 현황을 보고하도록 지난달 27일 공문을 발송했으며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강력한 규제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서광현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가개통 물량 등 허위자료에 대한 규제가 미약한 게 사실이며 앞으로 통신사업자들의 허위자료 보고 등에 대한 규제 및 제재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