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 집적도의 증가는 이론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관심은 전자 1개로 작동하는 단전자트랜지스터(SET:Single Electron Transistor)에 쏠리고 있다.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최중범 교수(47)는 SET 분야에서 국내 선두주자로 꼽힌다.
SET는 기존 반도체처럼 채널에 수많은 전자를 통과시켜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양자점이라는 곳에 단 1개의 전자만을 통과시켜 1비트의 정보를 생성시키는 원리로 작동하는 신개념 반도체다. 현재 반도체 소자제조기술은 1비트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64M D램은 전자 100만개 정도, 16MB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자 1만개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SET는 전자 1개만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전력소비량을 현재의 밀리와트(㎽)에서 마이크로와트(㎼)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반도체의 집적도를 테라비트급까지 높일 수 있다.
최 교수는 지난 99년 SET 제작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자트랜지스터 제작기술을 이용해 웨이퍼상에 논리회로를 만들어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전자 논리회로 제작기술은 회로 내 동일한 크기의 양자점을 형성시켜야 하고 형성된 양자점들의 위치도 정확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단전자 메모리기술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로 꼽힌다.
최 교수는 “SET의 작동원리는 기존 반도체와 전혀 다르지만 현재 반도체 제작에 널리 쓰이는 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제작공정과 같은 일반적인 반도체에 쓰이는 재료와 기술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작동온도를 상온에 가깝게 맞추면 몇 년 안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가 이번에 개발한 논리회로는 일본 NTT에 이어 세계 두 번째지만 트랜지스터가 수평구조로 이뤄져 수직구조의 NTT에 비해 웨이퍼상 공정이 수월하며 단일전자 제어기능이 뛰어나다.
최 교수는 “반도체 나노소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아리조나주립대의 페리 교수도 ‘이번 기술개발로 한국이 이 분야에서 일본과 함께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며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또 “기존 반도체 제작기술인 톱다운 방식을 이용한 이번 기술과 탄소나노튜브 등을 이용한 보텀업 방식이 결합되면 기존 반도체기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10년 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력> △78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81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 석사 △89년 미국 메릴랜드대학 물리학 박사 △89∼90년 코넬대학 박사후과정 △90년∼현재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미국 물리학회 회원 △ 현 한국물리학회 회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