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도발: 아방가르드의 문화사, 몽마르트에서 사이버 컬쳐까지

 ◇도발: 아방가르드의 문화사, 몽마르트에서 사이버 컬쳐까지/마크 애론슨 지음/이후 펴냄

 

 가깝고도 멀다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는 범주가 있다면 그것은 예술일 것이다. 동시대를 공유하면서도 현대인들은 현대예술에 대해 거리감을 느낀다. 수천년 전 작품보다도 현대에 만들어진 작품이 더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느끼고, 오늘날의 예술작품들은 더이상 아름답지도 안식을 주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추하고 뒤틀린 형상과 소리들이 예술의 자리를 차지해버렸다고 아쉬워한다. 예술을 정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현대인들은 백여년을 뛰어넘어 고전시대나 낭만시대를 더 친숙히 여기며 현대예술을 낯설어 하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현대예술은 대중들로부터 가까우면서도 친근해질 수 없는 모순적 입장에 서게 됐다. 르네상스인들이 자신의 시대와 동시대의 예술은 위대하다고 찬양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현대가 독특한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문화사가인 마크 애론슨은 그의 저서 ‘도발’을 통해 현대로 이어지는 예술의 반란에 대해 서술한다. 원제는 심장마비를 뜻하는 ‘Heart Attack’을 빗댄 ’Art Attack’. 그간 세상을 심장마비에 이르도록 놀라게 한 숱한 예술적 ‘충격’을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시각으로 풀이한 일종의 아방가르드 역사서다. 아방가르드의 원뜻은 적군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선발대다. 우리나라에서 ‘전위’로 번역해 사용되는 이 말은 사람들이 떠올리듯 괴상한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상을 명확히 파악한다는 뜻을 지닌다. 때로는 소음과 욕설이 난무하고 무질서가 드러나며 때로는 아이들 장난같아 보이는 이 작품들은 광기어린 이 시대를 반영하며 세상에 맞서고 부조리한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19세기 파리의 보헤미안으로부터 현대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작품들이 저자의 재치 있는 화법으로 설명된다. 흥미로운 것은 책이면서도 멀티미디어적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각 장마다 내용에 어울리는 음악과 영화가 소개됐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품들도 이제는 사람들을 그다지 놀라게 하지 않는 듯하다. 현대예술의 특성 중 하나가 틀을 깨는 것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깨어질 틀도 별로 남아있지 않고 무감각해진 사람들은 전처럼 새로운 발상에 흥분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현대인들이 다양화된 사회에서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무신경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탓도 있을 것이다. 수천년 동안 사람들을 묶어왔던 관습이나 가치는 지난 몇 세기를 지나며 많은 부분 사라지거나 바뀌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급급한 얼치기 아방가르드가 아닌 진정한 선구자적 아방가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