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조작과 해외 변수 등 내외부 요인으로 자생력을 상실한 코스닥증권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간 통합 논의가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논리에 의하지 않은 인위적인 통합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통합 논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통합 논의는 나스닥재팬과 독일 신흥 기술주 시장의 통합 등이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독일거래소가 신흥 기술주시장을 통합키로 하는 등 전세계 증권시장 통합은 대세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닥의 주가 급락에다 등록기업들의 비리가 속출하면서 코스닥증권시장을 증권거래소에 통합시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내 증시 통합에 대한 가장 큰 논리적인 근거는 코스닥시장 자체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데 있다. 퇴출 강화와 우량 등록기업의 유치 등 코스닥 측이 제시하고 있는 체질 강화 방안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IT경기 불황, 나스닥재팬 등 전세계 신흥시장의 폐쇄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에서도 거래소와 코스닥의 통합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A증권사의 한 임원은 “코스닥은 현재 투자의 장이 아니라 도박의 장이 되고 있다. 거래소와의 통합은 변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며 “다소 문제점이 있겠지만 증시 통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증권시장은 이와 관련해 코스닥의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게 필요할 뿐 통합에 대한 논의는 현단계에서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코스닥증권시장 측은 △나스닥과 코스닥처럼 독자기술주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독일처럼 통합시장 내에 기술주 마켓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점 △단일시장 관리보다 경쟁체제를 통한 증시 운영이 상장·등록기업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통합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시장 논리에 의하지 않은 인위적 잣대에 따른 통합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으로 증시 통합이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코스닥의 독립성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류해필 SK증권 상무는 “통합 논의 전에 IT산업과 벤처를 육성해야 하는 국가 경제정책의 당위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섣부른 통합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탄생과 벤처 육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며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의 통합 논의라면 이는 설득력이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부 등록기업 사이에서는 아직 신흥산업인 IT에 대해 거래소와 통합 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국민카드·기업은행 등 전통산업 내 시가총액규모가 큰 기업이 코스닥의 대표주로 자리잡는 등 당초 개설 취지인 정보기술(IT)이나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 은 코스닥시장의 정체성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또 우량 등록기업들의 거래소 이전이 속출할 경우 코스닥의 독자적 운영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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