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깊은 뜻은.’
최근 국내 에어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스템에어컨 시장 공략 본격화를 선언한 가운데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양대산맥의 시스템에어컨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한마디로 경쟁격화에 따른 이익률 하락에 대응하고 시장 포화에 따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요약된다. 물론 내수시장의 입지확보를 바탕으로 한 세계 시스템에어컨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는 거시적 포석도 포함된다.
이같은 사업본격화 선언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향후 5년간 연간 1100억원 규모의 발주공고가 난 교단선진화 계획이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00년말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교단선진화 차원의 학교 에어컨시스템 설치 계획이 향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오는 2005년까지 총 5500억원 규모의 안정적 학교관련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삼성·LG는 이미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커진 시스템에어컨 시장에서 향후 5년간 영업력을 집중해 확실한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특히 시스템에어컨 영업은 다양한 모델과 마케팅보다는 시스템 효율을 중시하는 점, 단일 물량 규모가 크다. 게다가 일반 에어컨판매시 12∼13%대의 이익을 남기지만 시스템에어컨 영업에서는 20%의 이익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약 1조2000억원 17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일반 가정용 에어컨시장의 30% 전후 규모에 불과하지만 시장성장성·발전성에서 앞선 이 시장에 대한 두 회사의 진출은 당연시되고 있다.
삼성·LG는 이미 지난 2년여동안 건설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0층 미만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을 대상으로 시스템에어컨을 공급해 왔던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은 이미 5년전부터 일본의 세계적 시스템에어컨 사업체인 다이킨과 제휴, 부품을 조달받고 완제품을 생산·공급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LG는 세계 최고의 일반 가정용 에어컨 공급업자란 여세를 몰아 시스템에어컨 시장에서도 공세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양대가전업체와 그룹계열사의 보이지 않는 협력관계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만도기계에서 만도공조로 분리되면서도 냉기사업부를 유지해온 만도공조 그리고 캐리어, 센추리 등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하지만 시스템에어컨 시장이 가전업계의 양대거인의 전략과 계획대로만 전개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10년전부터 빌딩자동화시스템(BAS)사업을 해 온 하니웰 등 외국계 BAS업체들도 최근 이 시장을 놓고 시장확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가전업체의 영업실적 가운데 전체의 60% 정도를 차지했던 일반 에어컨시장이 점차 시스템에어컨 시장으로 전환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장 개척노력을 게을리하는 업체들은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기지와 생산라인을 신설 또는 확대하고 연구개발비중을 높이겠다는 선언의 배경에는 이러한 뜻이 숨어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1조8000억원 규모의 에어컨 매출액 중 25%에 불과한 시스템에어컨 비중이 2005년까지 40% 이상으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