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언어 이대로 좋은가>언어훼손 실태

 통신언어의 한글파괴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처음에는 빠른 입력과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자모음 일부를 변형하던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한글자모, 영어, 한자, 일본어, 특수문자 등 모든 기호를 조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글이 파괴된 통신언어는 유형별로 △형태변이형 △새말형 △통사변이형 △의미전이형 △문자혼합형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형태변이형=원말을 소리나는대로 적거나 표준발음 대신 현실발음을 반영한 형태다. 예컨대 ‘20000(이만)’ ‘듀그(죽어)’ ‘버내다(보내다)’ ‘라됴(라디오)’ ‘셩복(수영복)’ 펀버누(휴대폰 번호)’ ‘하꼬(학교)’ 등이 이같은 사례다. 이는 음절을 줄이거나 소리나는대로 적음으로써 보다 빠르고 편하게 글자를 적으려는 ‘경제적 동기’가 작용한 것으로 청소년이나 젊은이 사이에서 친근감을 높이려는 의도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새말형=기존 어휘를 가지고 합성 또는 파생시켜 새말을 만들거나 새로운 어근을 창조해 새로운 말을 만드는 형태. ‘ㄱㅅㄱㅅ(감사감사)’ ‘디거디거(되게)’ ‘럽하다(사랑하다)’ ‘비번(비밀번호)’ ‘쇠욜(금요일)’ ‘캠사딘(캠코더로 찍은 사진)’ ‘할룽(안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개 일상어와는 다른 형태를 통해 통신 분위기를 재미있고 친밀감 있게 하려는 ‘표현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언어들이다.

 ◇통사변이형=품사가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접미사인 ‘님’이 2인칭 대명사로 사용되거나 명사인 ‘울’이 관형사로 사용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님들 소개점 해줘영∼’ ‘울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등이 품사가 변이된 형태들이다. 또한 ‘자느라구 못남겼답니다. 죄성∼’과 같이 어근인 ‘죄성’이 감탄사나 명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의미전이형=형태 변화없이 일상어와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는 형태들이다. ‘꼬리(글에 의견 달기)’ ‘날리다(문자나 메일을 보내다)’ ‘번개(갑자기 약속을 정하다)’ ‘줄서다(인터넷 게임에서 편을 가르다)’ ‘퍼가다(자료를 받아가다)’ 등이 이런 경우다.

 ◇외계어=한글, 영어, 한자, 일본어, 특수문자 등 모든 기호를 조합해 하나의 암호처럼 언어를 구사하는 사례를 말한다. 예컨대 ‘ロЙ흴_ゼつじĦ㈜λıㄲっズき¿? (메일 보내 줄꺼지요?)’ ‘鉉⑨ㆀ②ㅃⓔㅿ4ⓤㆀ(당신을 위한 무척 친근한 친구)’ 등과 같은 정체불명의 문장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