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카]IT와 자동차의 만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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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용 블랙박스>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다 옆 차선 트럭이 갑자기 끼어들어 접촉사고가 났다. 명백한 상대편 과실인데도 불구하고 트럭 운전자는 적반하장격으로 발뺌한다. 교통 경찰과 보험사 직원이 현장으로 출동해서 사고차량 내부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증거자료로 수거해갔다. 며칠 뒤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트럭 운전자 과실이 드러났고 결국 사고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짓게 됐다.

 자동차의 운행기록, 교통사고 정황을 저장해두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첨단 e카의 주요기능으로 각광받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항공기 사고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비행기 블랙박스와 유사한 운전 기록장치다. 기존 택시나 트럭에 장착되는 아날로그식 운행기록계(타코그래프)가 차량의 주행속도와 거리만 기록하는 데 비해 차량용 블랙박스는 지난 1년간의 차량운행 기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할 뿐만 아니라 사고 전후 수십 초 간의 핸들조향각도와 브레이크·가속페달·엔진RPM·전조등 작동여부까지 기록하기 때문에 목격자가 없어도 사고상황을 정확히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제품을 자동차에 장착할 경우 교통사고 책임규명은 물론 운전자 스스로 블랙박스 기록을 의식해 난폭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일본·유럽에선 고급 승용차와 특수상용차를 중심으로 보급이 시작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대형트럭·버스 등 전국 사업용 차량 40만대에 운행기록계 부착이 의무화된 가운데 더욱 상세한 운전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 블랙박스 제품들이 출시돼 보험사·렌터카·운송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교통사고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데 주목한 자동차보험업계가 고객들에게 블랙박스 장착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블랙박스에 저장된 운전기록은 교통사고의 과실규명에 결정적 단서를 보험사측에 제공해 교통사고와 관련한 보험사기극도 대폭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고객별 운전스타일에 맞춘 보험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자동차보험회사는 블랙박스를 장착한 자사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사 텔레매틱스 단말기에 블랙박스 기능을 내장시켜 고객에 보급할 예정이다.

 카스포·이카·세풍전자·모비콘 등이 차세대 블랙박스 보급에 나서고 있는데 관련시장 규모가 향후 2년 내 500억∼6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의 운행기록이 실제 교통사고시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표준규격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블랙박스에 저장된 운행기록이 사생활 침해에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블랙박스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운전자를 법률적으로 보호해주는 새로운 차원의 안전장비이기 때문에 향후 에어백·ABS브레이크에 이어 대중화 가능성이 높은 차량 옵션이다.

 

 차에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켰다. 음악방송 대신 문자정보를 수신하는 MBC의 FM부가방송(DARC:Data Radio Channel) 채널로 맞추니 조그만 액정화면에 교통·뉴스·날씨·증권 등 다양한 정보메뉴가 뜬다. 교통메뉴로 들어가 강북으로 가는 주행루트를 검색하니 ‘마포대교, 상행속도 5㎞ 지체’란 경고메시지가 들어온다. 이어 오늘의 날씨와 주가정보도 DARC 라디오를 통해서 간단히 검색했다. FM라디오로 차안에서 정보검색을 하다니 참 좋은 세상이 아닌가.

 DARC는 FM방송대역에 디지털 문자신호를 섞어서 전송하는 첨단 방송서비스로 대중적인 FM라디오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안에서 공익정보(교통·날씨·뉴스 등)를 수신하는데 매우 적합하다. 현재 MBC가 95.1㎒ 대역으로 전국 규모의 DARC 방송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현대오토넷·팅크웨어 등이 DARC 수신기능을 갖춘 카내비게이션, 카TV 등을 잇따라 선보여 국내서도 DARC 대중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차량에 이같은 DARC 수신기를 장착할 경우 실시간 교통문자 정보를 5분마다 받을 수 있어 유료 CDMA망을 이용하는 기존 텔레매틱스 시장수요를 크게 잠식할 전망이다. 운전자가 DARC 단말기를 구입하면 매달 소액의 정보수신료를 내야하는데 MBC측은 시장확대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DARC 수신기를 구매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정보수신료를 평생 면제해줄 계획이다.

 특히 카내비게이션에 FM부가방송 수신기능을 부착할 경우 운전자의 도로선택에 큰 도움을 주는데 현대오토넷·팅크웨어·대동오토사운드·아이거M&C·카나스·나비스 등도 FM부가방송을 수신하는 카내비게이션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차량용 TV도 DARC 수신기능을 내장하는 방향으로 개발중이다.

 FM주파수의 여유분에 디지털 문자정보를 함께 전송하는 첨단 DARC 방송서비스는 지난 2000년 MBC가 시험방송을 시작해 올연 말까지 산간지방과 제주도를 포함하는 전국 규모의 방송망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의 경우 차량에 장착하는 교통정보용 DARC 수신기가 400만대 이상 보급된 상태다.

 국내서도 내년 차량용 DARC 단말기 수요가 최소 5만대를 넘어서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방송을 귀로 듣는 대신 ‘눈으로 보는 라디오’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전장시스템>

 90년대 들어 차량의 전장시스템은 환경규제의 강화, 안전의식 향상 및 운전자 요구의 다양화 등을 바탕으로 그 적용범위가 확대돼 크게는 환경·에너지, 안전·편의성, 통신·정보화 등 세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기술들이 개발됐다.

 개발된 신기술들은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의 고부가가치 지향과 제품 경쟁력 확보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향후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대표적인 예다.

 선진국의 안전자동차의 발전 추이를 보면 ITS분야에는 교통관리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첨단교통관리시스템(ATMS), 고속도로 진입로의 교통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S), 자동차의 주행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진안전자동차(ASV) 등이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내의 전자장치 수는 급속히 증가해왔다. 특히 오디오 장치나 ECU는 현재 생산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에 보급되고 AV시스템과 항법시스템은 고급차에 장착되고 있다. 기초적인 텔레매틱스 시스템도 이미 선보인 바 있는데 미래에는 고급차에만 장차되던 전자기기들이 자동차의 기본사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자정보시스템(DIS:Driver Information System)은 자동차의 컴퓨터화와 네트워크화를 통해 자동차를 통합 전자·정보화 시스템으로 바꾸는 기술을 총칭한다. DIS의 세가지 구성요소는 HMI(Human-Machine Interface), 컴퓨터시스템, 네트워크다. HMI에는 고성능 표시장치(display unit), 음성인식 및 합성기술이 필수적이다. 자동차 내의 컴퓨터 시스템(오토PC)은 네트워크의 중심이며 응용 프로그램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전원을 현재의 12볼트에서 42볼트 체제로 전환하려는 연구개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차량의 안전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증가와 차량항법시스템·오토PC 등 실내 편의장치와 각종 구동장치 등 여러 장치들이 증가함으로써 14볼트의 전원으로는 여러 시스템의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42볼트 시스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있는데 북미의 ‘MIT 42V 컨소시엄’과 유럽의 ‘Bordenetz 컨소시엄’ 등이 대표적이다.

 42V 시스템이 적용되면 현재 기계적 시스템을 대신해 보다 많은 전기시스템 사용이 가능해져 안정성 향상과 편리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형 럭셔리카를 보더라도 자동차의 미래는 차량의 전자화(e카)로 비유할 수 있다. 보다 많은 문제를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가 스스로 제어해 운전자는 더욱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이 가능할 것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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