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가 세계 거시경제 지표의 불안한 징후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LG이노텍·대덕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2003년도 사업계획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부터 사업단위별로 매출목표 산정에 착수하기로 했으나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설에 따른 유가폭등 등 세계경기의 전반적인 불안 징후로 일정을 연기하거나 손을 놓은 실정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내년도 경영전략부문 가운데 경비예산부문만 예년수준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영전략은 연말께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11월 초께 초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국제 경기가 워낙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 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했다”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완성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아예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IT경기 회복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이라크 전쟁 고조로 인해 예년같으면 10월 말께 확정짓던 내년도 사업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극격히 하락한 점을 감안해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세계 경기지표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보수집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원화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아래 내년도 경영전략 지표를 대외경쟁력 제고에 맞추고 있다.
LG화학(대표 노기호)은 내년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부문의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2차전지사업부문의 강화를 위해 생산능력을 약 700만셀 규모로 증설하기로 한 설비투자계획도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도 10월 예정이던 경영계획 수립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경기의 불안한 징후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그때 가서 사업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계속되면 내년을 목표로 한 수발주 업무도 연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업체마다 경영계획 수립문제로 크게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