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봇물 터지듯 개발되는 음성인식접목 영어교재시장을 두고 음성기술시장의 새로운 기회라는 기대와 함께 설익은 음성기술 적용으로 음성기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그 동안 음성기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음성업계는 최근 영어교재 시장에서 활로를 찾았다고 판단, 음성인식을 영어교재에 접목한 제품들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영어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PC용 패키지제품, 그리고 교육용완구제품으로 점차 음성기술을 접목한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선보인 제품종류도 20여종을 넘어서고 있다.
음성인식이 접목된 영어교재는 기존의 책이나 테이프를 통한 읽고 듣고 쓰는 공부에 말하기 기능을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도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국내 영어교육의 열풍을 등에 업은 음성인식 영어교재 시장은 4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며 영어교재가 음성기술시장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고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직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는 음성인식기술을 교육용에 접목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시도며 자칫 음성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음성기술은 텔레포니기반의 기술개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교육용을 위한 기술개발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음성인식 기술수준이란 것도 아직은 간단한 단어정도를 알아듣는 것이 대부분으로 영어학습자가 기대하는 대화형 음성인식기술을 구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TRI의 이영직 박사는 “그 동안의 음성기술이 교육용을 목적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며 기계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과 사람의 말을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음성인식기술을 발음의 정확도 등을 판단하는데 접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영어교재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음성기술 업체의 컨설팅을 받은 게 아니라 시나리오 구성이나 콘텐츠에 대한 거의 모든 기획이 끝난 다음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돼 교재에서 제대로 된 음성인식기술의 구현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밖에 지금까지의 음성인식DB 자체가 20∼40대가 많고 따라서 어린이용 제품은 인식률이 떨어지며 음성기술이 접목됐다는 이유로 가격이 40만∼90만원대의 고가로 책정되는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