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스는 늘 비틀스와 맞물려 얘기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는 그룹이다. 비틀스가 모든 영광을 독식하는 통에 2등으로 밀려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과거 국내 한 광고 카피가 정말 맞는 것인가.
비틀스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면서 더러 그들 이상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존재임을 감안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비틀스는 32년 전에 해산되었지만 롤링 스톤스는 40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질주하며 멤버들의 나이가 환갑이 다 된 지금도 록을 한다. 그들은 분명 ‘지구 최강의 로큰롤 밴드’다.
로큰롤에 관한 한 최고의 영예는 롤링 스톤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들은 로큰롤이 흑인 블루스에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일반에 알린 주역이며, 록에서 공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을 실증한 그룹이다. 신작 앨범이 없어도 세계공연에 나서면 연예인 수입 톱10에 거뜬히 랭크될 정도로 공연만 했다 하면 대박을 터뜨린다. 전세계 록팬의 꿈은 ‘생전에 롤링 스톤스 공연 한번 보는 것’이다.
음악이 블루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 검고 끈적끈적한데다, 멤버의 이미지도 ‘악동’ 쪽으로 굳어져 아무래도 비틀스에 비해 덜 대중적이긴 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그들의 존재는 더욱 빛나며 또한 독보적이다. 원래 록이란 ‘탄소같은 음악’ 아니던가. 록 평론가들은 그래서 롤링 스톤스를 비틀스 위에 올려놓기도 하며, 명반을 꼽을 때도 그들의 음반을 무더기로 천거한다. 롤링 스톤스가 60∼70년대에 발표한 앨범 ‘Let it bleed’ ‘Sticky fingers’ ‘Exile on main st’ 등은 록 역사의 빛나는 유산이다.
롤링 스톤스가 신세대를 향해 손짓을 한다. 지난해 비틀스가 1위 곡을 묶은 앨범으로 신세대에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그들도 유사한 앨범을 가지고 젊은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한다. 앨범 제목은 ‘40 licks’. 40년 활동 궤적을 40곡으로 집대성한 그들의 결정판이다.
60년대 당시 청춘세대의 송가였던 ‘(I can’t get no) Satisfaction’에서부터 97년 앨범에 수록된 최근 레퍼토리 ‘Anybody seen my baby’까지 그들이 남긴 록의 보석들이 몽땅 들어있다. 이번 앨범을 위해 특별히 만든 ‘Don’t stop’을 비롯한 신곡 4곡도 포함됐다.
신세대들은 이 앨범을 통해 비틀스와는 다른 진정한 록의 미학을 확인하고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들을 알아야 20세기 최대의 문화유산이라는 록의 정체와 실체가 풀린다. 비틀스만 안다고 될 일이 아니다.
21세기를 맞이한 지금도 롤링 스톤스는 록을 위해 치열하게 구른다. 이제는 그들의 음악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록이란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해 구른다. 이번의 기념비적 베스트앨범은 그들이 ‘최강, 최상 그리고 최후의 록밴드’임을 못박는다. 이제 신세대들도 그것을 알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