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DVD]양희은을 만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쉼없이 불러온 노래. 그래서 멈춤이나 중단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DVD속으로 들어왔다. ‘아침이슬’ ‘한계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형형한 시대정신을 노래한 양희은의 주옥같은 노래 20편이 ‘양희은 30·라이브’라는 이름을 달고 DVD로 출시된다.

 CD로도 발매되는 양희은 DVD는 2001년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된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실황을 담은 것으로 양희은 노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70년대 암울한 시절부터 21세기 최첨단 스피드 시대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한결같이 안단테로 혹은 보통 빠르기로 뚜벅뚜벅 노래의 길을 걸어온 그녀. 늘 오래된 이웃처럼 우리 곁에 존재해온 그 느낌이 DVD에서도 그대로 전해온다. 뒷동산의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편안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일상의 쉼표 같은 노래,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는 손으로 짠 스웨터 같은 노래라는 양희은 노래에 대한 평가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노래의 커다란 흐름과 맥락,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스태프들의 완벽한 조화, 여기에다 코끝이 시큰해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함께 영상으로 수록돼 있다. 특히 3일간의 공연 가운데 첫날인 31일 하루의 기록을 여과없이 고스란히 담음으로써 공연을 앞둔 노래 거장의 설레임과 긴장감 등 인간적인 면까지 엿볼 수 있다. 30년의 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 듯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그 소탈함, 노래 외에는 어떠한 장기도 보여 줄 것이 없는 사람처럼 움직임없이 노래만 부르는 고집스러움도 느껴진다.

 ‘하얀 목련’으로 시작된 그녀의 노래꽃은 ‘일곱송이 수선화’로 활짝 피어나고 천하의 소리꾼 김소연의 소리와 어우러진 ‘세노야’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 ‘금관의 예수’에 이르러 절정을 맞는다.

 양희은 30·라이브 타이틀은 음악인 김의철의 프로듀스 아래 양희은의 집 지하 스튜디오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작업의 소산. 또 최고의 음향, 녹음, 믹싱, 마스터링팀이 1년여에 걸쳐 조율과 검증을 거듭했다.

 “나로서는 처음 세상에 내놓는 실황음반이다. 아쉬움이 별로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 작업에 참여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월이 가면서 나와 같이 나이들어가는 객석의 모든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계속 노래할 것이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녀의 변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