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유통 시장을 대표하는 용산전자상가의 발전과 화합을 놓고 용산 전자단지협동조합(용산조합) 임무선 이사장(44)과 나진전자월드연합상우회(나진상우회) 강평구 회장(56)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임무선 이사장은 용산조합의 수장으로 대외적으로 용산전자상가를 대표하는 PC상인들의 중심이다. 강평구 회장은 조합의 대표성 및 용산상가의 최대 이슈인 용산 민자역사 건립에 반기를 든 ‘용산민자역사건립반대특별위원회’를 대표하는 비조합원 및 가전상인의 리더다.
두 사람 모두 맡은 역할이나 처해있는 위치가 달라 주도권 잡기보다는 상가 전체를 위한 임무에 충실할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그간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에 두고 벌어진 각종 사업이나 사건 등에서 두 사람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외견상 용산전자상가를 대표하는 곳은 용산조합이다. 임무선 이사장은 이 곳의 수장이다. 지난 98년 조합 출범 초기 100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현재 600여명 수준으로 용산전자상가 수를 6000여개로 잡았을 때 가입률은 10%다. 따라서 형식상의 대표기구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PC 상인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용산전자상가 생성 초기에 PC상가가 전체의 90%에 육박, PC상인을 중심으로 조합이 설립됐으며 조합 이사장 역시 대대로 PC 유통 출신이 맡아오고 있다. 현 임무선 이사장도 터미널상가 경선컴퓨터 사장이다.
지난 2000년부터 컴퓨터 상인 중심의 조합 업무에 반기를 든 가전 상인의 결집이 시작됐다. 초기 소수에 그쳤던 가전매장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용산전자상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규모와 중요성이 크게 향상된 반면 조합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제자리 수준이라는 불만에서다. 그 중심에는 나진상우회 강평구 회장이 있다.
특히 용산 민자역사와 관련, 임무선 이사장 등 용산조합측 입장과 강평구 회장 등 가전상인 및 비조합원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인다.
조합측이 용산 민자역사내 전자상가 우선분양권을 획득, 조합원에게 분배하면서 상가 상인의 권익을 높이고 20억원의 조합발전기금까지 마련했다고 좋게 평가한 반면 강평구 회장과 비조합원이 주축이 된 상인들은 대다수 용산 상인의 이익과 배치된다며 용산민자역사반대특별위원회(반특위)를 구성,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 민자역사 설립을 두고 조합 및 조합에 우호적인 PC상인들은 긍정적인 반면 가전상인과 비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특위 위원장인 강평구 회장은 용산 민자역사 건립과 관련해 교통체증 등 상가 영업에 피해를 주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실력행사를 주도하며 지역 주민과 관공서를 포괄하는 용산지역발전위원회와 상인 중심의 회사인 용산 유통법인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어 조합의 입지는 계속 약화되고 있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5년과 99년 두차례 터미널전자쇼핑 컴퓨터상우회장을 역임한 임무선 이사장은 지난 1월 이사장으로 선출될 당시 “지금까지 주로 컴퓨터 업종의 상인들로 조합이 구성됐지만 앞으로 3년의 재임기간에 가전 상인은 물론 전기·부품업계 상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용산의 6대 상가가 모두 참여하는 조합으로 만들 것”이라며 조합의 단합을 제1의 실천과제로 삼았다. 그동안 민자역사 내에 전자전문점 분양을 둘러싸고 조합원과 비조합원간의 갈등이 적지 않았고 상가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에서도 상인간에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이 많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원 확대는 요원한 문제가 되고 반특위 구성 등 조합의 방향에 반하는 단체가 설립, 운영되면서 조합 이사장으로서의 행보가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 92년 나진가전상우회 총무를 시작으로 현재 5년째 회장을 연임하고 있는 강평구 회장은 “현재 상가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상가발전에 앞장 설 사람은 많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을 규합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상가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용산의 양대 중심축인 임무선 이사장과 강평구 회장 모두 용산상가의 화합과 발전을 외치고 있다. 문제는 방법상의 차이다. 용산전자상가의 재기와 활성화, 나아가 개발은 용산 상인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용산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두사람의 행보에 용산 상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