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를 만드는 사람들>(16)게임산업개발원 김종환 정책지원팀장

 “벤처 운영, 결코 만만치 않더군요. 사업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업 수익모델을 정하고 치밀한 경영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김종환 정책지원팀장은 몇 해 전 젊음과 열정만으로 뛰어들었던 벤처사업에 대한 조금은 씁쓸한 기억을 안고 있다. 선배의 권유와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로 시작했던 사업이 얼마 못가 실패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값비싼 경험을 통해 얻은 몇몇 교훈이 게임 개발자들이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기초 다지기를 강조한다.

 “결국 해외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결국 승부는 기술의 차이에서 나오게 됩니다. 기술력을 키우고 제품화하는 것은 외국 기업에 비해 아직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살길이기도 합니다.”

 지난 99년 2월 처음 문을 연 게임산업개발원은 게임기반 산업 시설 구축과 환경조성을 목적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산하 단체다. 기술개발 지원부터 핵심인력 양성, 4대 국제 게임 전시회를 통한 해외 마케팅 지원, 게임 벤처 평가 및 인증 업무까지 보기엔 단출한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너무 과로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최근 국산 게임들이 해외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정부나 업계, 일반인들의 관심이 그 많큼 커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며 말을 돌렸다.

 최근 개발원은 얼마전 개발에 성공한 3D게임 엔진을 영세 업체들에 무상으로 보급해주고 있다. 곧 개발이 끝날 2차 버전도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개발원 내 마련된 보육시설은 게임 벤처기업들에는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원의 평가를 거쳐 게임전문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업체 수만도 80여개에 이른다.

 김 팀장은 게임산업이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전문투자조합이 생기고 프로게이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 직종이 되는 등 게임산업이 조금씩 그 운신의 폭을 넓히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기만 합니다. 아직도 대다수 게임 개발자들이 창투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만 봐도 게임산업이 진정한 산업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그에게 우리 게임산업을 더욱 성숙시키게 될 몇 가지 희망의 근거가 생겼다. 마케팅·컨설팅·베타테스트 등 게임산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전문 포털서비스 ‘크로세스닷컴’이 문을 연 것. 이제 앞으로 그에게 소망이 있다면 제대로 된 게임전문 투자조합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대다수 게임 개발업체들은 적절한 시점에 적정한 규모로 투자받을 수 있는 전문 펀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투자조합을 게임산업의 현실 여건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는 따끔한 질책도 나옵니다.” 이같은 요구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투자조합 운영이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