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경원대 IT부품소재연구센터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부품에 들어갈 반도체 웨이퍼의 박막 도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2∼3년간 한국의 정보기술(IT)산업은 모바일로 대표되는 무선이동통신 시장의 성패와 궤도를 같이했다. 무선이동통신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전후방 관련 산업의 부침이 계속된 것. 이에 따라 무선 이동통신용 부품소재 시장의 차세대 이동통신의 발전 추이를 따라가느냐 여부는 산업의 중요한 이슈다.
그 중에서도 특히 800㎒∼3㎓의 통신 주파수를 사용하는 개인휴대통신 시스템, 무선 가입자망, 블루투스 등의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은 필연적으로 부품소재의 무선화, 소형화, 경량화, 고기능화, 고품질화, 저가격화, 고주파수화를 요구하게 됐다.
최근 무선이동통신 부품의 화두는 단연 온칩(on-chip)이다. 하나의 칩에 다양한 기능의 부품을 쌓아 결과적으로 낮은 가격에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단일 칩을 만들어 내는 것. 현재 상용화된 기술로 저잡음 증폭기(LNA), 전력 증폭기 모듈(PAM), 믹서 등 고주파 능동소자는 온칩화가 가능한 반면, 표면탄성파필터(SAW filter), 듀플렉서, 발진기 등의 고주파 수동소자는 온칩화가 불가능하다.
결국 2㎓ 이상의 통신 주파수를 사용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에서 능·수동 부품의 온칩화 여부는 향후 관련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경원대 IT부품소재연구센터(센터장 신영화)는 수동부품의 온칩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용 박막필터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00년 출범했다.
이 센터가 중점 연구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용 박막필터(FBAR:Film Bulk Acoustic Resonator)는 0.8∼3㎓ 주파수 범위에서 공진기, 대역통과필터, 듀플렉스필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FBAR’는 경박단소화, 고주파수화, 대량 생산화, 단일칩고주파집적회로(MMIC)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소자로 평가된다.
이 소자는 동작 주파수가 10㎓까지 가능하고 유전체 세라믹 소자의 장점과 탄성파 소자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차세대 고주파 수동소자다.
현재 차세대 이동통신용 부품소재를 연구하는 국내 및 해외의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FBAR’ 개발과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연구 개발을 경합중이다.
국내에선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과 쌍신전기, 에이엔티 등 중소기업에서 연구 개발을 진행중이고 해외에선 애질런트가 이미 개발을 완료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현된 ‘FBAR’는 특성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한국의 이동통신 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어 연구개발 정도에 따라 특허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IT부품소재연구센터는 경원대 신영화 교수를 중심으로 12명의 연구진이 모두 4개 세부과제로 나눠 ‘FBAR’를 연구하고 있다.
이 센터는 2㎓ 대역의 FBAR 소자를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압전 박막재료, 공정기술 및 설계기술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온칩화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신영화 교수와 서울대 황철성 교수 연구팀은 제1세부과제인 ‘차세대 이동통신용 반사층 및 에어 갭구조의 FBAR 소자 개발’을 연구한다. 이 연구는 고주파 스퍼터(sputter)를 이용해 실리콘 기판위에 징크산화막(ZnO), 질화알루미늄막(AIN) 박막 증착 조건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원대 김경환 교수 연구팀은 제2세부과제인 ‘차세대 이동통신용 멤브레인 구조의 FBAR 소자 개발’을 연구개발중이다. 이 연구는 벌크마이크로 머시닝을 이용한 압전 막막형 FBAR 소자의 제작 및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IST) 윤석진 박사팀은 2㎓ 대역의 공진기형 FBAR 필터의 설계 프로그램 개발 및 성능을 평가하는 제3세부과제인 ‘FBAR 설계 및 성능평가’를 경북대 이정희 교수 연구팀은 고품위 에피압전 박막을 제작하기 위해 MOCVD 장비를 응용 질화갈륨(GaN) 박막을 제작하는 제4세부과제인 ‘BAR 소자를 위한 압전 박막개발’을 연구개발 중이다.
IT부품소재연구센터에는 국내 박막필터 연구와 관련된 우수한 연구진이 포진돼 있다. 서울대 김형준 교수는 기술자문을 맡았고 IT전임 연구교수로 김수길 박사를 선임해 연구에 전념토록 하고 있다.
또 자체 보유하고 있는 초정밀 마이크로시스템(MEMS) 기술은 식각 오차율이 세계 수준의 90%에 도달해 있고 고품위 박막기술도 세계 수준의 80%를 유지하고 있어 2004년까지 최고 수준의 FBAR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해외 연구센터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스웨덴 왕립기술원(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도쿄공업대, 미국 조지아공대와 연구 협약을 맺고 기술 및 연구 교류를 하고 있다.
이 센터는 FBAR를 연구, 산학협동 차원에서 중소기업등에 기술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쌍신전기와 공동연구 및 세미나를 진행중이고 청화사, 삼원진공, RF코리아 등과는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SoC 연구가 진행되면 이들 회사에 기술을 적극 이전할 계획이다.
경원대 IT부품소재연구센터는 학교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자랑이다. 학교에서 약 7억원을 투입해 내년 1월 경원대학교내 150평 규모의 새롬관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총 8000평의 산학관인 새롬관에는 신소재응용연구센터, 창업보육센터, IT교육센터 등이 들어서며 IT부품소재연구센터는 80평의 클린룸을 포함해 연구실과 각종 행정지원 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이 센터의 클린룸에는 박막 증착에 필요한 ALD 장비와 사진 식각공정에 필요한 에셔 장비, 박막 두께를 측정할 수 있는 알파스텝 장비 등이 들어선다.
신영화 센터장은 “학교측은 IT 분야의 신소재 및 디바이스를 만드는 특성화 대학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어 IT부품소재연구센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새롬관으로 이전하게 되면 주변 소프트웨어대학, 신소재응용연구센터, 창업보육센터와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신영화 IT부품소재연구센터 센터장
“센터에서 중점 연구하는 FBAR는 차세대 고주파 수동소자로 크기가 작고 저가에 공급이 가능해 경쟁 제품의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박막형 공진기, 필터, 듀플렉서 등에 전반적으로 응용이 가능해 차세대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을 이끌 주력제품이 될 것입니다.”
IT부품소재연구센터를 이끄는 신영화 경원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FBAR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FBAR 소자의 시장 규모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고 차후 온칩화가 가능해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것.
BAR 개발이 일단락되는 2004년과 온칩화를 목표로 하게 될 2005년이 되면 FBAR는 이동통신 부품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FBAR 시제품을 만들고 점차 듀플렉서, 표면탄성파 필터, 공진기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생산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수동소자들을 단일 칩으로 묶는 FBAR의 온칩화를 목표로 할 것입니다.”
신 교수는 경원대학교 공과대학장을 지냈고 IT부품소재연구센터를 이끌기 전에는 신소재응용기술연구센터(KKRC) 소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학교의 크고 작은 연구센터를 맡아 연구개발을 추진시킨 경험이 많다.
“학교측이 IT 특성화 대학으로 가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현재 짓고 있는 새롬관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대학을 만들었으며 창업 보육센터를 동시에 입주시켜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 교수는 IT부품소재연구센터를 학교의 주력 연구센터로 만들려는 학교측의 의지를 남달리 강조한다.
“산학협동을 통해 좋은 인력과 기자재 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가 향후 정보통신 부품소재 분야의 소요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내 산업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신 교수는 또 산학협동의 목표인 중소기업과의 기술 공동개발과 원천기술의 산업체 이전도 병행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