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형 전자화폐업계의 활로는 결국 내년 이후를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올초만 해도 연내 대중적인 보급 기반을 갖춰 ‘실매출’을 올린다는 의욕적인 모습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주력 수익기반인 유통가맹점의 수수료 수입을 기대하기에는 카드 발급 및 가맹점 인프라 규모가 아직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몬덱스 전자화폐의 최대 발급기관인 국민은행은 발급 매수가 40여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월평균 이용실적은 1억원 남짓. 매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 건수가 있지만 그 증가 추이는 거의 감지하기 힘들다는 게 은행 측의 분석이다.
국민은행 측은 “아직 이용 가능한 유통가맹점이 극히 제한적이고 발급 규모도 기대에 못미친다”면서 “사용실적도 PC방이나 직원식당 등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몬덱스코리아는 연말까지 300만장을 발급한다는 구상이었지만 50만장 정도에 그치고 있다. 유통점도 5000개 안팎이다. 교통카드를 통해 대중화를 추진 중인 에이캐시는 경기·인천·원주 등지에 지금까지 30만장 정도를 발급했다. 원래 계획은 100만장 수준. 최근 에이캐시는 월평균 15억원 가량의 이용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유통가맹점 실적은 전체 300곳에서 5000만원 정도다.
비자캐시도 모네타카드사업을 통해 100만장 가량을 보급했지만 유통가맹점 이용실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연말께 상용서비스에 착수할 대전시 ‘한꿈이카드’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실거래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 전자화폐업체의 본래 수익모델은 결제 건당 최고 3%까지 받을 수 있는 유통가맹점 수수료다. 하지만 업계의 실매출을 어림잡아도 아직 수치화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몬덱스·에이캐시·비자캐시 등 3사가 가맹점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연내 스타벅스코리아 등 대형체인을 중심으로 가맹점 공유사업을 개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재와 악재=전자화폐업계의 전망을 점칠 수 있는 변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입법예고된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화폐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했지만 세제혜택 등 보다 진일보한 지원책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거래투명화라는 명분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달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내년 이후에는 법 개정 등을 통해 세제혜택을 준다는 입장이다.
1만원 미만의 소액거래에서 신용카드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는 전자화폐의 호재이자 악재다. 소액거래시장은 전자화폐의 주요 공략처라는 점에서 위협적인 요인이기도 하지만 고객들이 현금보다 ‘카드’ 형태의 지불수단을 점차 선호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에이캐시 김정열 팀장은 “다양한 제휴카드가 늘어나고 공동가맹점사업 등을 통해 실사용환경이 조성되는 내년 이후에는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자화폐업계의 수익모델도 차츰 진화해갈 것”으로 기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