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와 후지쯔가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완전 통합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한 것은 세계 1위의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인텔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플래시메모리 시장은 81억달러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텔이 약 20억달러의 매출로 시장의 25%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데 비해 양사의 매출 규모는 각각 인텔의 절반 정도다.
더군다나 플래시메모리 시장은 디지털카메라, 개인휴대단말기(PDA), MP3플레이어, 범용직렬버스(USB) 저장장치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휴대형 정보기기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는 더 이상 인텔과의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데이터퀘스트는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오는 2005년까지 125억달러 이상의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의는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메모리는 물론 비메모리 업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사가 그동안 주력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차세대 반도체 사업으로 집중 육성해오던 플래시메모리 부문의 완전 통합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실제 후지쯔의 경우 미국의 메모리 공장을 폐쇄하고 자국내 조립공장도 미 암코에 매각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플래시메모리에 주력해왔으며 AMD도 지난 5월 팹25를 플래시메모리 공장으로 전환하는 등 플래시메모리의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 세계 2위와 3위의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AMD와 후지쯔의 합작이 성사될 경우 인텔을 넘어서는 대형 플래시메모리 업체가 탄생하게 돼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 시장에 뛰어든 반도체 업체들은 더욱 치열해진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다른 플래시메모리 업체간의 협력 강화는 물론 통합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무게 중심이 최대 수요처이던 스마트미디어카드(SMC), 콤팩트플래시(CF)카드 등에서 보안기능을 갖춘 시큐어디지털(SD)카드로 옮아가고 있어 업체간 합종연횡은 더욱 복잡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양사의 통합이 아직 완전 타결된 것이 아니라 시작 단계인데다 양사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1월까지 통합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례로 후지쯔는 기업공개(IPO)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 데 비해 AMD는 반대의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각각 5위와 9위의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도시바와 샌디스크도 AMD 후지쯔 진영과 마찬가지로 50대50의 합작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란=전원을 끊어도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정보를 입력하다 전원이 꺼져도 입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비활성 메모리 칩일 뿐 아니라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즉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를 보존하는 롬(ROM)과 정보의 입출력이 자유로운 램(RAM)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래시메모리는 D램의 수요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고성능·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PC의 소형화에 핵심 역할을 하며 현재 컴퓨터에 보조기억매체로 사용되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