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36)4부 시민과 국가가 나서야 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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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PC방, 무료 정보이용시설 등 한국의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일반인들의 인프라 활용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누구도 ‘한국이 최고’라고 쉽사리 단언하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IT 인프라를 정보검색이나 전자우편 등의 생산적인 용도보다는 주로 게임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PC방 관련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2%가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정보검색(10.5%), 전자우편(15.8%), 채팅(4.5%), 증권매매(0.7%), 상품매매(0.5%) 등 게임 이외의 목적으로 PC방을 찾는다는 응답자는 드물었다.

 물론 게임 자체만을 놓고 보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조직이사는 “컴맹도 부담없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가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김 이사는 “게임부터 시작해 일단 컴퓨터에 재미를 느껴야 이후에 워드프로세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온라인 쇼핑에도 나서게 된다”며 “PC방에 설치된 모든 게임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판정을 통과했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어쨌든 국내 PC방 활용 패턴이 지나치게 게임 위주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PC방 업계도 자발적으로 PC방을 게임 이외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산하 각 지부는 지난 2000년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비교적 PC방이 한가한 오전시간을 이용해 주부나 노인 등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전주지부의 경우 지금까지 누적 연 인원 약 15만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실시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서울과 제주 등 각지에서도 활발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협회의 교육은 지자체가 강사료를 부담하고 PC방측에서는 무상 또는 시간당 500원 정도의 실비만 받고 장소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PC방은 이를 통해 당장 직접적인 이득을 얻지는 못하지만 교육생을 단골로 만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협회는 또 포털 사이트인 DN닷컴과 업무 제휴를 맺고 회원 PC방이 국가고시, 운전면허 시험 등을 혼자서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학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밖에 입시학원과 연계해 강의 파일을 회원 PC방에서 불러와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학원의 경우 조명도 밝은 것으로 바꾸고 서가도 마련해야 하는 등 PC방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 회원 PC방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의 김상균 정책팀장은 “법적으로만 가능하다면 전국 곳곳에 산재한 PC방을 각종 민원서류 발급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통부와 지자체가 설치하고 있는 무료 정보이용시설도 곳곳에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용하는 사람도 적고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져 단순한 인터넷 검색 정도의 활용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무료 정보이용시설 보급 실무를 맡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이필영 서기관은 “무료 정보이용시설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며 “아직 이용자들의 요구가 특별히 없어 별도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두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활용과 관련한 정책 연구는 수행하고 있으며 특정 활용 방안에 대한 수요만 있다면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의 IT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새로운 IT 문화 창출은 물론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PC방, 무료 정보이용시설 등 다른 국가가 탐내는 IT인프라를 100% 써먹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협회 사용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T 인프라 현황

 국내에 기업이나 개인의 네트워크를 제외한 주요 공공 IT 인프라로는 PC방과 정통부 지자체가 설치, 보급하고 있는 무료 정보이용시설을 들 수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PC방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2만3000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소당 31.8대꼴의 PC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PC방에 설치된 PC의 총 대수는 무려 73만여대에 이른다. 또 PC방의 전용선도 512Kbps급 이상이 80%에 이르며 이 중 T1과 E1도 각각 25%와 10%에 달해 통신 인프라도 막강하다.

 전국 PC방에 대한 투자금액도 무려 2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PC방의 또 다른 매력은 이용요금이 시간당 1500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PC방에는 못미치지만 정보통신부와 각 지자체가 설치, 보급하고 있는 무료 정보이용시설도 막강한 인프라를 자랑한다. 무료 정보이용시설에 설치된 PC는 모두 초고속인터넷망으로, 산간벽지의 경우 위성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0여곳의 우체국을 비롯해 구청, 동사무소 등에 설치된 무료 정보이용시설은 전국적으로 약 7000개소에 달한다. 무료 정보이용시설 사업은 지자체의 실적에 따라 정부가 자금을 차등지급하는 매칭펀드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시설규모는 편차가 큰 편이다. 그러나 정통부가 지자체를 지원하는 기준이 5대인 점을 감안하면 무료 정보이용시설이 확보한 PC대수도 약 3만5000대에 달한다.

 특히 무료 정보이용시설은 말 그대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전국 116개 주요 우체국에는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정보센터도 설치돼 있어 유용하다.

 정통부는 그동안 무료 정보이용시설 설치가 도서벽지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고루 확산됐으나 오히려 도시 서민 밀집지역의 보급이 뒤처지고 있다고 판단,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시설 설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터뷰-허명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 

 “컴맹이던 시골 할아버지께서 PC방에서 개최된 인터넷 교실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나중에 다시 찾아와 온라인 바둑을 즐기시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산하 지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인터넷 교실을 열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의 허명석 회장은 인터넷 교실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전국민의 정보 마인드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특히 협회는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3개국의 PC방 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으며 상하이시와도 다음달 업무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허 회장은 “각 지자체가 표심을 의식해 인터넷 교실 개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전주지부의 경우 연 교육인원이 1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호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교실 홍보를 위해 각 지자체를 순회방문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의 경우 예산과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허 회장은 PC방이 신IT 문화의 메카로서 범국민 정보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실성 없는 법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구장도 고등학생들에게 24시간 개방되는데 PC방은 밤 10시 이후면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된다”며 “PC방은 청소년 유해업소가 아닌 데도 학원 설립법, 학교 보건법 등으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설립과 운영이 까다롭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협회가 PC방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이용자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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