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노인복지 문제가 새로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령사회의 문제점을 복지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복지정책으로는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를테면 실버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의 문제점과 대안을 전문가의 기고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올해 처음으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총인구의 7%를 넘어서면서 우리는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2019년에 이르면 전체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그 속도는 선진국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은 연금·의료보험 같은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6.6%(35조7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4.5%(188조5600억원)로 증가, 재정적자로 인한 마이너스 경제 성장이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상을 우려한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사회복지정책과 국가적 기술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유럽의 경우 90년부터 10년간 고령자·장애인 위한 종합 기술지원 프로그램인 TIDE(Technology for Inclusive Design and Equality)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일본도 90년부터 총예산 6조엔의 고령자 복지 10개년 계획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정책과 기술개발정책이 오히려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는 고령사회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더욱 낮아지고 있는 노동 인력층이 급속히 증가하는 고령 인구층을 부양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가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인들의 생산적인 사회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학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노인층은 과거의 노인층과는 다른 특징과 의식을 지니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자식들에게서 독립된 삶을 원하며 가능하다면 계속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실버관련 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 노인들의 건강 모니터링 및 보조 기술과 정보시대에 노인들이 쉽게 정보물결을 접하고 정보를 재창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노인들의 적절한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을 유도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노인복지에 투입하고 있지만 노인들은 자신의 경제력을 산업순환에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금고안에 쌓아 두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50세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광고에 예산의 95%를 쏟고 있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노인은 구두쇠’ ‘노인들에 대한 마케팅은 자녀들을 통해 한다’는 오랜 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장년·노인층은 다르다. 그들은 비교적 건강하고 부유한 계층이며 자유를 즐긴다.
이들은 사회 그늘에 서서 방관하고 있지 않으며 젊은 세대의 뒷모습을 지켜보거나 젊은 세대들이 운전하는 차에 무임승차하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노인층은 자신들의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소비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실제 유럽에서 고령층의 소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3배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노인용 휴대폰이 출시 2개월 만에 20만대를 판매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고령층의 지식과 부를 순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고령사회의 선진국들이 의료보험·연금보험·복지서비스 등을 통해 얻은 결론은 복지정책만으로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인들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기술과 활성화시켜야 하는 실버산업은 노인층의 활동력과 경제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이것이 고령사회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과제다.
<한양대 의대 의용생체공학교실 김선일 교수 sun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