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성수기를 앞둔 PC 유통업계가 환율상승으로 인한 부품 가격 인상, D램 가격 강세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신규 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PC부품 유통시장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을 비롯해 CPU·HDD·주기판 등 주요 부품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과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환율이 최근 한 달간 60원 가까이 올라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부품업체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환율 부담으로 인해 소규모 유통상들이 들여오는 수입물량도 줄어들어 공급이 일시적으로 달리는 등 수급 상황도 다소 불안해지고 있다.
메모리시장의 주력제품인 PC2100 규격의 삼성전자 256MB DDR 모듈 가격은 이달 초 7만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13일 현재 8만3000원대에 거래되는 등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대리점 공급가를 8% 가량 인상한 데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DDR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텔의 펜티엄4 2.0㎓ 프로세서는 최근 2주 사이 1만3000원 가량 인상된 2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2.4㎓ 제품도 1만원 가량 오른 27만8000원 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최근 만성적 공급부족현상으로 시달리고 있는 하드디스크 역시 3% 정도 가격이 인상됐으며, 주기판업체들도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3∼5% 가량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저가경쟁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PC 완제품업계의 연말 수요 회복 기대도 수그러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부품을 현물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는 중견 PC업체는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대기업과 달리 가격 인상 여파를 체감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다.
또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부품 수요가 이달부터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유통시장에서도 부품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가 다시 늦춰질 전망이어서 유통업체들의 판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앞두고 환율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쳐 향후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특히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품업체들이 가격정책 수립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