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과학기술은 기초가 탄탄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과학기술을 장기적인 계획 아래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덕에 원천기술을 다량확보하고 있다. 이를 전수한 업체들은 기능성을 내세우기보다 실리적이고 튼튼한 제품을 주로 내놓고 있다. 덴마크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센터와 핀란드 노키아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 및 나노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기초과학기술 및 군사기술 분야에 주력해온 러시아의 슈퍼컴 운영 현황을 자세히 소개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근교 링비에 위치한 덴마크기술대학(DTU)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센터(MIC). 교통체증만 없다면 시내 중심가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MIC는 덴마크 정부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91년 DTU 내에 설립한 뒤 1600만달러(약 192억원)를 들여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그룬트포스(Grundfos)·옥티온(Oction)·엑시콘(Exiqon) 등 마이크로기술 분야의 쟁쟁한 기업이 참여하는 600㎡의 청정실을 건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덴마크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첨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산업 기반이 없는 까닭에 소규모 투자로도 산업화가 가능한 초미세기계가공(멤스) 분야와 광자공학(포토닉스)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94년 처음으로 나노기술(NT) 연구가 시작된 이후 97년에 기업창출 제1호인 IONAS가 설립되고 생물기술(바이오칩) 연구그룹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MIC는 지난 10년간 100명 이상의 석박사를 배출했으며 매년 30명의 나노전문가 양성 및 기술개발에 600만달러(약 72억원)를 쏟아부으며 20개의 기업파트너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10개의 벤처업체를 창출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크게 마이크로·바이오·나노 등 세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멤스기술을 기초로 한 마이크로 분야에서는 실리콘칩 위에 형성된 미소 멤브레인을 활용한 보청기를 개발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음용수나 자연생수의 살충제 오염을 검출할 수 있는 고분자(PMMA) 칩의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나노 분야는 마이크로기술을 토대로 알레르기 연구를 위해 단일막의 생물분자에 반응하는 마이크로 캔틸레버 어레이를 개발, 캔티온이란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MIC의 기술이전은 기업과 협력이 이뤄지기도 하고 벤처창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설립된 Chempaq(진료검사용 혈세포 계수기), Hymite(광부품의 하이브리드 집적), Capres(반도체산업을 위한 전도도 현미경)가 모두 MIC의 학생이나 연구원이 설립한 것이다.
MIC의 생물기술 관련 연구활동은 코펜하겐 근교인 외레순드 지역(메디콘벨리)에 밀집된 생물기술 및 의료기술 관련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 액체취급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노보 노르디스크, 약물후보의 대량 스크리닝법을 개발하고 있는 소피온 등과 새로운 연구사업을 시작하는 등 산·학 협동이 비교적 잘되고 있는 편이다.
또 기술개발 협력업체 중에는 예일 디벨로프먼트 같은 반도체 분야의 경영자문회사가 포함돼 있어 벤처창업 경영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교육은 장기적으로 마이크로 및 나노공학 학위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교수법과 접근방법으로 교과목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물리·화학·생물 등의 학과와 결합된 정규 학기 과목과 3주짜리 과목을 개설해놓고 있다.
MIC는 구성원 110명 가운데 90%가 40세 이하다. 여성이 또한 27%를 점하고 있다. 국적은 전체의 30%가 17개국 출신의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MIC의 바이오탐침프로젝트 책임자인 에니아 보이슨(ANJA BOISEN) 박사(35)는 “2010년 기업들의 시제품이나 소량제품 생산을 지원할 청정동이 1000㎡ 규모로 증축되면 MIC는 바야흐로 덴마크 첨단기술산업의 요람이 될 것”이라며 2010년까지 마이크로시스템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의 5%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펜하겐(덴마크)=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