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서버냐 아이테니엄 서버냐.’
한국HP(대표 최준근)가 두개의 64비트 컴퓨팅 서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알파서버는 지난 92년 세계 최초로 64비트 기반으로 시장에 등장한 이후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하는 고가용성·고성능 서버로 슈퍼컴퓨팅 등 미션크리티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이테니엄은 동일한 64비트 기반이지만 인텔프로세서가 장착된 서버로 향후 HP 서버사업의 핵심 전략을 차지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알파 서버를 운영하는 OS인 ‘트루64유닉스’는 11월중 현재 5.1A버전에서 5.1B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돼 2011년까지 지속된다. 또 핵심기술인 ‘트루클러스터’는 현재 5.1B버전에서 2006년까지 계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2011년까지 운영된다. 이와 동시에 트루클러스터와 트루64의 핵심기술은 내년말까지 HP 유닉스 OS인 HP-UX로 통합된다. 결국 알파 서버 고객들은 내년 이후부터 오는 2011년까지는 기존 체계의 알파 서버와 HP-UX가 적용된 아이테니엄 서버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HP는 내년 이후부터는 HP-UX가 적용된 아이테니엄 서버를 추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는 아이테니엄과 HP-UX의 성능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가동하고 있는 미션크리티컬한 업무를 아이테니엄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중 현재 32웨이급인 알파 서버 GS320 모델에 이어 128웨이 기반의 GS1280이 출시된다. GS1280은 CPU 개수의 증가 외에도 메모리와 레이드메모리 기능, 시스템온칩 등의 신기술이 적용돼 성능도 대거 업그레이드됐다. 결국 오는 2006년까지는 굳이 아이테니엄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대안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한국HP의 고민은 여기서부터다. 지난 96, 97년 알파 서버를 도입한 고객들이 내년부터 본격 교체시점에 달하는데 마케팅 및 영업전략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불분명한 상태다. 특히 합병을 거치며 알파 서버 기술인력이 거의 남지 않게 돼 내년부터 있을 고객의 수요를 제대로 뒷받침하는 것이 수월치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경쟁사들에 ‘윈백’을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HP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아이테니엄 HP-UX로 가는 것이 맞지만 영업시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알파 서버는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을 비롯해 KT ICIS, 한국증권전산·BC카드와 같은 금융권 등 주요 고객층에 퍼져있다. 장기적으로 아이테니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HP가 로열 고객사나 마찬가지인 알파 서버 시장을 어떻게 수성할지 주목받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