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창출 능력이 국가경쟁력의 기본이 되는 지식기반 사회다. 과학과 기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기초과학이 바로 상업화로 직결되는 시대에 바야흐로 우리는 살고있다. 과학기술부는 현재 국가경쟁력의 가장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인력과 기술을 육성하는 주무 부처다. 과기부는 기초과학인력국 아래에 기초과학정책과, 기초과학지원과, 과학기술인력과 등 3개 과를 두며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장·단기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이중 기초과학정책과는 국내외 기초과학진흥 정책을 조사·분석해 기초과학진흥관련 법령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과학지원과는 대학의 연구활동 활성화를 위한 기본시책을 수립, 추진함과 아울러 우수연구센터 선정과 관리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협력연구센터의 선정과 육성, 기초과학분야 연구시설 및 연구장비 지원도 기초과학지원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과학기술인력과는 과학기술인력에 관한 기본정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활용 계획을 세워 추진하며 이와 관련된 제도 개선업무도 하고 있다.
지난 93년 과기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을 수립한 이래 이후 94년과 95년에는 ‘2010년을 향한 과학기술 장기계획’을, 그리고 97년에는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그동안 과학기술인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 실시해왔다. 대학의 연구기능 활성화 및 연구인력 양성체제를 구축해 지난 92년 8만8764명에 불과하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고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 시행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인력 양성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수요 전망을 실시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99년에는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 발전 장기비전’과 인력부분에 대한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과기부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우주기술(ST), 원자력기술(RT) 등 6대 전략기술 분야 인력양성 계획을 작년말 수립하는 한편 2006년까지 21만명의 인력을 양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과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여성인력 채용 목표제와 여학생 이공계 유인 지원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젊은 과학자를 국내외에 파견하거나 유치, 활용하는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 과기부는193억원을 들여 1062명에 대해 해외로 박사후과정 연수를 지원했으며 브레인풀을 운영, 교포 및 외국인 과학자 260명을 국내에 유치하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한국과학기술원을 세계 10위권내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바이오응용공학과를 설치하고 나노SOC 국학센터를 건설하는 등 연구중심대학 육성에 72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리고 광주과학기술원을 첨단과학기술중심 국제 대학원으로 만들기 위해 광기술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화 시범 캠퍼스로 지원하는데 330억원을 투자하는 등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인력 양성 지원에 총 1114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과기부의 정책은 아직도 산학연간의 협력 연구 활동이나 인력 교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력의 유동성을 높여 지식을 확산해야 하나 지식이 한 곳에 정체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식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지식확산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과학기술 주체들의 역량 제고가 요구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추세에 따라 관련 부처의 구조조정을 통해 과학기술인력 정책을 일원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과기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아직 부처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인력 양성정책이 양 위주가 아닌 질 위주로 전환돼야 하며 이런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우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소박스/선진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과학기술기초인력 양성에 있어 △관련 부처의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정책을 일원화 △인력 수요자의 요구 반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 △우수한 인재 개발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휴 연합 같은 4개 분야에 주로 정책 방향을 두고 있다.
◇관련부처의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정책 일원화=영국은 95년에 교육부와 고용부를 통합해 ‘교육고용부’를 설립, 경제 정책과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부처 간 구조조정은 실용적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처 통합을 단행한 예다.
독일은 94년 교육·과학부와 기술·연구부를 통합해 미래부라 불리는 교육·과학·기술·연구부를 설치, 정책 간 중복 및 연계 부족의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일본도 2000년에 과학기술청과 문부성을 통합해 문부과학성을 신설함으로써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육, 연구 역량 강화, 연구개발 활동 지원 정책을 일원화하고 있다.
◇인력수요자의 요구 반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선진국들은 인력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인력 시스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 양성에서 민간의 역할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자율적인 인력개발 유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과학기술인력의 취업률 통계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공공 정보로 유통시키고 있다.
미국은 SESTAT(The Scientist and Engineers Statistical Data System)시스템을 구축해 과학기술인력의 고용, 교육 정도, 전공, 임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졸업자와 고학력자, 박사학위자 등 학력별로 다양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 개발=선진국들의 과학기술인력 정책은 유능한 인력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우선 일본은 국가 차원의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과학기술 교육에서 지금까지의 과도한 획일성과 지나친 평등의식을 버리고 탁월성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특히 일본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현실적응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학문간의 학제적 연구 및 기초와 응용학문을 결합하는 퓨전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3600개가 넘는 고등 교육기관 중에서 연구중심으로 분류되는 200개 내외의 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 박사의 9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연구비 지원 총액의 90%을 수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실무중심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고등 교육을 이원화하고 대학의 행정과 재정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업기간의 단축과 졸업시험의 의무화, 대학과 기업체의 산학협동을 통한 고등교육 분야에서 이원적 직업교육 체제 강화를 추진한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휴 연합=전세계적으로 인력 양성의 핵심이 되는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과 제휴, 연합, 합병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INSEAD와 미국의 워튼스쿨, 미국 컬럼비아대와 런던 정경대 비즈니스스쿨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대학 간 합병과 제휴에 치중하고 있다. 중국은 학문의 시장화를 대학의 기본 전략으로 설정하고 스핀오프와 제휴,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한 통합 저장대학교는 기존의 저장대와 항저우대, 저장농업대, 저장의과대가 하나로 합쳐져 98년 통합저장대로 출범했다. 4개 대학이 통합된 저장대는 통합 이후 교세가 급 신장해 베이징대, 칭화대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인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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