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서비스 시장에 표준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표준화 추진방침에 이어 14일로 예정된 ‘국제적외선데이터통신협회(IrDA)’ 서울총회를 계기로, 적외선(Ir) 통신기반 ‘IrFM’ 표준을 놓고 사업자간 표준진위 여부가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허권 공방이 격화되는 등 업체간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각각의 표준을 내세운 사업자들의 주장도 사실과 엇갈리는 등 해프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같은 논쟁은 IR방식에 이어 KTF가 조만간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방식의 고주파(RF) 결제서비스를 상용화할 경우, RF 표준 공방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갑작스런 특허권 시비=14, 15일 양일간 열리는 IrDA 서울총회 참석차 방문한 마이클 왓슨 회장의 발언이 특허권시비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왓슨 회장은 최근 SK텔레콤과 KTF의 IrFM 결제서비스가 IrDA의 저작권과 회원사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폭탄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Ir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기술규격까지 개발, IrFM 표준이라며 자체적인 상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 통신사업자는 정면 반박하며 발끈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IrDA의 정식 이사회 멤버로 IrFM 표준규격 개발에도 공동 참여해왔으며, 이미 지난 6월 마련한 기술규격을 협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KTF도 IrDA의 정규 회원사는 아니지만 내장형 칩카드에 IrFM 표준규격을 활용하는 대가로 협회측에 일종의 로열티를 지급한 상태다.
특히 이번 발언과 관련, 두 통신사업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억지주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IrFM 규격은 아직 상용버전이 확정되지 않은 ‘진행형’인 데다 표준화기구인 IrDA가 상용기술의 가이드라인을 놓고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을 운운하는 것이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한 한국이 주도해온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IrDA가 표준규격의 상용화에 앞서 특허권을 거론할 경우 국내 사업자들이 독자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IrFM 표준규격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비자도 향후 상용버전에 대한 인증권한을 IrDA가 주장한다면 독자적인 표준제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왓슨 회장의 돌출발언 배경으로는 하렉스인포텍이 지목되고 있다. 한때 LG텔레콤·KTF에 IR결제기술을 제공했던 하렉스인포텍이 최근 독자기술을 채용한 통신사업자들로부터 배제되자 IrDA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왓슨 회장은 개인적으로 하렉스인포텍의 미주법인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IrDA 서울총회 준비도 사실상 하렉스인포텍이 주도했다.
이에 대해 하렉스인포텍 강복희 이사는 “SK텔레콤과 KTF의 기술은 IrFM의 변종이며 협회규정에 명시된 저작권·지적재산권 조항을 명백히 어겼다”면서 “협회나 회사 차원에서 권리침해에 따른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진실은 무엇=엄밀히 따지면 IrFM 표준을 따르는 사업자는 단 한곳도 없다. SK텔레콤·KTF·하렉스인포텍 모두가 현재의 IrFM 규격을 토대로 저마다 독자적인 기술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3사는 앞으로 IrFM 표준규격이 확정되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KTF는 공통적으로 IrFM의 기본 절차를 준수하는 가운데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 단말기와 휴대폰간 데이터 통신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식 모듈을 쓰고 있다. 하렉스인포텍도 IrFM 규격을 따르고 있지만, 휴대폰 메모리에 저장한 신용카드 정보를 암호화하고 관리하는 일종의 인증센터(일명 줍센터)를 운영중이다.
또한 SK텔레콤과 KTF가 추진중인 칩카드 기반의 IR 결제기술도 아직은 완벽하게 ‘EMV’와 IrFM 규격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두 통신사업자들이 각각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한 EMV IrFM 서비스가 실은 ‘국내용’에 머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SK텔레콤과 공동으로 EMV 기반의 IrFM 표준규격을 개발중인 비자코리아 측은 “휴대폰에 EMV를 내장하되 IrFM 거래는 마그네틱카드나 칩카드 방식 모두를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