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표주인 엔씨소프트가 11일 거래소 이전을 결의하면서 코스닥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엔씨소프트는 ‘코스닥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휴맥스와 함께 코스닥시장에서 성장한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엔씨소프트의 이전을 계기로 코스닥을 탈출하는 등록기업이 속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시장은 기업들의 이탈에 당혹해 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기업 이탈은 코스닥의 매력 상실 때문=탈출 러시는 아무리 우량해도 코스닥시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부 불량 등록기업이 코스닥의 이미지를 흐린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코스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기업들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요 투자주체인 외국인들은 한 나라의 최고 시장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코스닥 선물이 사실상 위험회피(헤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주요 기관의 투자 기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 확대 가능성은=단기간내 거래소 이전이 가능한 기업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소 상장요건인 △자본금 50억원 이상 △자기자본이익률이 최근 연도 5% 이상이면서 최근 3년간 합이 10% 이상 △경상이익이 최근 연도 25억원 이상이면서 최근 3년간 합이 50억원을 초과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춘 기업은 코스닥내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거래소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물건이 없는 시장에 고객이 없는 것처럼 코스닥에 우량기업은 빠져 나가고 부실 기업만 남게 된다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괜찮은 업황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한 중견 기업들은 최근 주주와 지인들로부터 거래소 이전에 대한 요구와 조언을 받고 있다는 게 IT업계의 설명이다.
◇이탈 막을 묘안은 있나=코스닥시장과 코스닥위원회는 이번 엔씨소프트의 거래소 이전 결정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량 등록기업들의 이탈은 “코스닥의 독자적 시장 유지가 불필요하다”고 했던 일부의 주장을 더욱 확대시킬 수도 있다. 불공정행위 근절, 진입·퇴출기준 엄격적용 등 코스닥시장 건전화·활성화 방안은 아직까지 가시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한때 이전 기업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현실적이지 않아 기업들의 자율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며 “코스닥시장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