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전쟁의 역사-김영용 연세대 교수

 △전쟁의 역사 / 버나드 로 몽고메리 저 / 책세상 펴냄

 현재 매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공격에 대한 기사로부터 아득한 원시시대에까지 인류의 삶 속에 전쟁은 항상 존재해 왔다. 우리는 역사책 속에서 인류가 치러왔던 많은 전쟁사를 접할 수 있으나 역사가가 아니라 실제 전쟁을 수행한 장군의 시야에서 인류의 전쟁을 조명한 책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2차대전 중 영국의 전쟁영웅이자 나중에 나토의 부사령관을 역임한 몽고메리 원수에 의해 쓰여진 기원전 7000년부터 2차대전까지의 각 시대의 전쟁 방법, 무기의 발달과정, 장군들의 리더십, 전략과 전사 등을 통사의 형태로 정리된 책이다. 세계전쟁사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몽고메리는 야전 장교, 사령관으로서 1, 2차 세계 대전을 통한 저자 자신의 뼈저린 경험, 인식을 통해 인류의 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모두가 거짓을 행하며 평화롭다, 평화롭다 하나 평화가 없도다’라는 예레미아서를 인용하며 저자는 3000년전 예레미아 시대부터 지금 현재까지 평화에 대한 인류의 갈망과 계속되는 전쟁에 대한 괴리를 분석하며 우리가 과거의 전쟁을 연구해 미래를 위한 정신적 측면을 재조명, 과거의 추악한 전쟁이 미래에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역설한다. 한편 ‘평화’는 결코 힘없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도식적인 결론에 이 책의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의 시각에서 새롭게 보여지는 전쟁의 역사는 전쟁의 단순한 묘사가 아닌 실제 전쟁과 전투를 수행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인간성에 대한 끝없는 추구로 전이돼 독자들의 마음 속에 깊이 다가온다. 유럽 전쟁사에 대한 충실한 묘사와 사료를 읽는 재미는 단지 덤으로 주어지는 것일 뿐이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국가와 군대에 대한 예찬이나 저자 자신의 업적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 그리고 식민지, 특별히 아시아 국가에 대한 무지함은 이 책의 결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책이 주는 독특한 시각의 생생한 현장감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역사학자가 아닌 저자가 역사학도들의 도움을 받아 집필한 책으로는 사료의 내용이 충실하다고 할 수 있으나 특별히 고대 일본과 한국에 대한 기술, 예를 들어 임나 일본부설의 수용 등은 오히려 일반적인 서구의 고대 일본과 한국에 대한 역사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예리한 충격일 것이다.

 내용 전개는 다소 산만하며 전쟁을 제외한 사회상황, 서양사에 대한 기술은 충실하지 않으므로 서양사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서양사에 대한 통사와 더불어 읽는다면 이 책만큼 전쟁의 본질과 전개를 현장감있게 전달해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연세대 김영용 교수 y2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