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그 불만/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송철복 옮김/세종연구원 펴냄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가. 북한이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화’라는 다소 낡은 패러다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뒤를 이어 해외 자본과 기술 유치를 통해 경제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은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해온 북한도 세계화 대열에 동참한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의 세계화 동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화’에 대한 숱한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북한마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지배이데올로기로 다시 위엄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 이제 세계화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가.
이 책은 전 세계은행 부총재 스티글리츠가 지은 세계화 비판서다.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말해 세계화가 활기를 띠면 띨수록 불만은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세계화 비판론자들은 세계화는 약소국보다 강대국을 더욱 살찌우는 교묘한 지배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세계기구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대해 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는 개발도상국이나 약소국의 빈민층을 더욱 황폐화시켰다는 것.
스티글리츠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주요 기구들이 월스트리트와 금융계의 이익을 가난한 나라들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이는 세계은행 부총재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을 감안하면 ‘양심선언’과도 같다.
그는 이에 대해 “위기를 당한 국가에 세계기구가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나쁜 관행이며, 정책은 해당국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황폐화는 세계화 자체의 잘못보다는 미국 재무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뒤에 숨어있는 권력들에 의해 결정된 행동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세계화’라는 명제는 가치중립적이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조직이나 기구들의 불건전성이 왜곡된 세계화를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물론 이같은 비판에는 북한이 받아들였듯, 현대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이 세계화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하지 않고는 좀체 개발을 이루기 힘들다는 현실인식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그는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인다면 “세계기구의 개혁을 통해 세계화 불만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해 세계기구를 맨 처음 만들고 운영중인 선진국들이 스스로 개혁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과연 선진국들이 기득권을 스스로 버릴 수 있을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다소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도 세계은행 부총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세계화 비판은 그 어느 비판론자보다 정곡을 찌르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