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추억의 음악다방 기억하시죠. 음악을 신청하면 DJ가 멋진 목소리로 사연을 읽어주며 음악을 틀어주던 곳이오. 제 꿈은 사이버공간에 그때 그 시절의 음악다방을 고스란히 옮겨놓는 것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인터넷 음악카페 ‘아이뮤페(http://www.imufe.com)’를 운영하는 사이버프로덕션의 김현진 사장(41)은 추억에 젖은 눈빛으로 자신의 꿈을 풀어놓았다.
증권회사 영업사원 10년 경력과는 거리가 먼 흡사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의 김 사장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사무실까지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에 자리잡아 카페 주인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김 사장이 동생 김현춘 이사와 의기투합해 지난 98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서비스할 생각은 못했다. 음반기획사들의 판매증가를 돕는 광고사이트로 출발한 이들 형제의 회사는 그러나 국내의 열악한 음반시장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음반 제작도 했지만 시장의 벽이 너무 높더군요. 그때 MP3파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거다 싶었죠. 음악파일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습니다.”
이렇게 99년 말부터 서비스를 전환한 김 사장은 2년 뒤인 2001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이색서비스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다. 음악을 SMS로 발송해 ARS를 통해 청취하도록 해주는 음악메일서비스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SMS를 이용해 마땅히 주고받을 거리가 없던 신세대 무선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음악메일은 안성맞춤의 흥미거리였다. 음악메일은 30∼40대가 추억의 음악을 애인이나 아내에게 보내 애정을 표시하는 데 사용되면서 인기가 폭발했다.
올해 들어서는 월매출이 8000만원에 육박해 유료콘텐츠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음악메일서비스가 음악서비스들과 포털에 적용되면서 음악콘텐츠서비스의 한 축이 됐을 정도다. 현재 아이뮤페의 회원은 총 100만명으로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30대와 40대도 30% 정도로 청장년층의 이용률이 어느 사이트보다 높다.
하지만 환희의 순간도 잠시. 아이뮤페는 소리바다를 통해 촉발된 저작권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저작권협회와 실연자협회 등을 통해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었지만 음반기획사 등 인접권자들에게는 제대로 인접권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당한 몫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찬성입니다. 하지만 음반사들과 인터넷 사이트가 손잡으면 더 큰 시장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합니다. 서로 협력하면 음반시장의 장기불황도 타개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 사장은 소리바다 사태 발생 후 업계와 공동대응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벅스뮤직·맥스MP3·푸키·뮤직캐스트 등 주요 음악서비스업체와 1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기획사들과의 협조방안에 대해 숙의하고 저작권료 지불시스템에 대한 의견도 청취하기 위함이다.
이 모임을 통해 최근에는 5개사의 음악서비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음악 순위를 각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차트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인터넷에서의 인기도를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저작권자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제대로 응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런 넘기 어려운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인터넷 회원의 충성도가 낮다고 하지만 얼마나 신경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음악에 귀기울이려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고객들은 떠나지 않거든요.”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