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캠퍼스에도 초기수용자(얼리어댑터)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와는 정반대 성향의 학생 또한 다수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얼리어댑터란 최신 제품이 나오자마자 남들보다 먼저 사용해 우월감을 지니고 싶어하는 소비층을 가리킨다. 신세대 얼리어댑터 학생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제품은 역시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 등 대학생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다.
이들은 남이 자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 제품을 들고 다니는 꼴을 곱게 보아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 학생에 비해 디지털 기기의 교체가 훨씬 잦은 편이다. 한편 요즘에는 미니카 등 장난감류와 컴퓨터 주변기기·액세서리·소형가전제품 등 남이 아예 갖고 있지 않은 진기한 제품에 흥미를 두는 학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얼리어댑터와 정반대로 최신 제품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주로 고학번 쉰세대가 중심인 이런 학생들은 수신이 잘되는 구형 휴대폰 하나면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한양대 이영신씨(법학 4학년)는 “주위로부터 휴대폰을 바꾸라는 말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서 제대 후 3년 만에 교체했다”며 “블루 화면의 단음 멜로디 기기지만 인터넷을 통해 싸게 구입했고, 성능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렇게 최신 제품에 흥미가 적은 이들은 학생 신분에 고가의 디지털 기기를 소지하기보다 그저 필요할 때 잠시 빌려쓰면 된다는 유유자적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얼리어댑터의 맹렬주자라는 한양대 이모씨(관광 01)는 “요즘 40화음 6만5000컬러에 카메라 기능을 겸비한 휴대폰 정도는 들고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신 트렌드를 읽고 남들과 다름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한다.
한편 그녀는 얼리어댑터라고 해서 반드시 사치를 일삼는 귀족층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씨는 “얼리어댑터가 관심을 갖는 제품 중에는 1만∼2만원대 저가형도 많다. 또 제품 구입과 코디가 취미기 때문에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부담하지 부모에게만 의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쨌든 고학년 중심의 ‘후기수용자(레이트어댑터)’들은 제품 구매를 취미로 여기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양대 윤상필씨(전자전기 97)는 “3∼4년은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제품이 많은데 학생 신분으로 얼리어댑터라니 어울리지 않는다”며 “허위 광고에 의한 제품 구매 사기, 카드빚 등과 관련해 검토해봐야 할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