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외 퍼스널 로봇업계를 보면 ‘가격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매우 부산한 모습이다. 21세기 로봇업계의 핵심사안은 어떻게 로봇을 만드냐(how to make)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로봇을 팔 것이냐(how to sell)는 비즈니스 차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생활을 바꿔 놓을 첨단로봇이라며 겉모습만 그럴듯한 미완성 제품을 각종 전시회에 출품한지도 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그동안 꿈같은 로봇세상을 내세워 정부에서 얻어쓴 돈은 얼마며(미국, 일본의 경우) 투자자와 일반 대중의 부푼 기대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제는 로봇업계도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내놓을 시점이 된 것이다.
퍼스널 로봇시장의 초기형성에 최대 장애물은 역시 가격이다. 지금 국내외 로봇업체들은 자신들의 자동화기술을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구현할 생산체계를 갖추느라 고심하고 있다. 로봇마니아가 아닌 일반소비자가 백화점 가전코너에서 선뜻 가정용 로봇을 구매하려면 옆자리의 DVD플레이어, HDTV, 드럼식 세탁기 등과 유사한 가격대비 성능을 갖춰야 한다. 연구실에서 몇 사람이 손으로 뚝닥거려 만든 로봇제품이 고도로 효율화된 생산, 유통체제를 갖춘 가전기기와 경쟁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기동성을 지닌 가정용 로봇은 대부분의 붙박이 가전제품보다 기계적 신뢰성도 낮고 고장날 여지가 훨씬 많다. 과연 퍼스널로봇은 냉혹한 시장경쟁의 벽을 넘어 값싸고 실용적인 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같은 질문에 대해 아주 그럴듯한 해답이 등장했다.
최근 미국의 아이로봇(i-Robot)사는 주인이 없을 때 방을 닦으며 돌아다니는 청소로봇 ‘룸바’를 발표했다. 이 로봇이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청소기능 자체보다도 소비자판매가 199달러로 터무니없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수입된다면 웬 만한 가정용 진공청소기와 비슷한 대당 30만원 이하 가격으로 청소로봇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가전왕국 일본에서 쓸 만한 청소로봇이 대당 1000달러선에서 팔리는데 비하면 실로 엄청난 가격경쟁력이다. 아이로봇측은 룸바가 실용적 의미에서 가정용 로봇시장의 물고를 트는 첫번째 로봇이 될 것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이 청소로봇이 실제로 성공할 경우 세계 로봇업계는 보급형 제품이 시장수요를 선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갈 정도로 저렴한 로봇가격표(199달러)를 보면서 마음속 한가닥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혹시 미국 로봇업체들은 대중에게 로봇을 알리기 위해 전략적 미끼상품을 원가 이하로 뿌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요즘 외신에선 퍼스널 로봇산업이 지난 70년대 퍼스널 컴퓨터와 유사한 발전과정에 들어갔다며 수년 안에 로봇황금시대의 도래를 예언하는 분위기다. 아마도 미국 로봇업계는 향후 1∼2년간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가난한 자를 위한 보급형 로봇양산에 나설 것이다. 머지않아 부자로봇을 만들 것이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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