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년 가까이 IT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시스코코리아의 김윤 사장(52)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스코코리아의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네트워크의 극심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사 및 채널파트너들과의 업무협조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네트워크 기술 축제 ‘네트워커스 2002 서울’을 총괄지휘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네트워크 기술 축제, 네트워크 올림픽이라 불리는 ‘네트워커스 2002 서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김윤 사장은 축제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다소 흥분된 어조로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네트워커스는 네트워크 전문가들에게는 시스코의 최신기술과 솔루션, 제품을 이해하고 추후 IT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및 정보의 장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인터넷의 미래와 최첨단 기술 발전상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체험공간의 역할을 충분히 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500여명이 참관한 것으로 추산되는 올해 행사는 침체된 국내 IT경기, 특히 네트워크업계에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트워커스가 행사를 주관하는 시스코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고 누누히 강조한 김 사장은 “올해 행사가 ‘Listen, Share, Deliver’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지는 ‘인터넷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인터넷의 능력을 이용해 우리의 세상, 생활, 여가, 학습방법 등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함께 연구해 보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네트워커스는 풍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네트워크 관련 초보자부터 고급 수준의 전문가까지 수준별로 나뉘어진 총 48개의 ‘일반 세션’과 집중과정인 ‘파워 세션’, 시스코 엔지니어들과의 일대일 미팅을 통한 문제해결 논의가 가능한 ‘디자인 클리닉’ ‘전시의 세계’ 등 다양하고 방대한 디렉터리를 한자리에서 골라 마음껏 참가하는 선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
올해 처음 준비된 파트너사들의 부스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서 솔루션 정보의 공유 및 업계 소식을 나누는 자리를 제공해 좋은 평가를 얻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코리아, 인텔코리아, 한국컴퓨웨어주식회사, 싱텔코리아, 데이콤, 한국NA, 탄드버그(Tandberg), 마이크로뮤즈(Micromuse)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행사를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VoIP와 보안 및 고가용성, 이동성 등의 이슈가 화두로 부상함에 따라 메트로 이더넷과 무선랜, VPN 등 최근 국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기술 및 제품에 대한 시장 및 기술 동향에 대한 발표가 잇따라 소개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시스코 인증 네트워크 전문가 자격증인 CCNA, CCNP, CCIE의 무료응시가 가능해 많은 행사 참가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무료 자격증 시험의 경우, 지난 3회 때에는 280명이 응시했고, 2001년 4회에는 410명이 응시해 그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줬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비해 응시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네트워커스 참가자 중 상당수는 무료 테스트와 최고 강사진의 강의, 그리고 첨단 IT기술 체험 등 3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탈하고 친근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부담없고 편하게 대하는 김 사장이지만 업무만큼은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을 반영하듯 군더더기 없는 매너와 진중함으로 네트워커스에 대한 ‘깊은’ 설명을 이어갔다.
김 사장은 IT업계에서는 정통 영업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같은 외부의 평가에 김 사장은 “모든 일에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정직이며 언행일치를 통해서만이 진정한 통합 세일즈, 부가가치 세일즈가 가능하다”며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모든 일에 임한 것이 IT업계에서 20년 넘게 종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김유신 장군보다는 계백 장군을 좋아했습니다. 어린 생각에도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 장군보다는 대의명분을 좇아 장렬하게 전사한 계백 장군이 훨씬 더 멋있게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외형적으로 성공한 화려한 인생과 삶보다는 명예와 대의명분을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삶을 더욱 의미있게 생각했다는 김 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정직’과 ‘명예로운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묘한 반감도 들었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9글자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도 요즘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연륜이 쌓이면서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고 거쳐야할 단계가 있음을 배우면서 ‘치국평천하’란 다섯글자에만 더 큰 의미를 부여했던 젊은 시절의 생각에서 벗어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글자 모두가 내포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음미하고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이 시스코코리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스코코리아는 한국의 고객들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봉사하는 회사여야 합니다. 국내 고객들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시스코코리아의 존재의미는 사라집니다. 동시에 시스코코리아는 본사의 이익에 기여해야 합니다. 시스코 본사가 없다면 시스코코리아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두가지 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코코리아가 현지화에 성공, 한국문화와 시스코문화가 잘 융합되어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시스코코리아의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제가 어떠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스코의 2002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지난해 8월은 시스코코리아가 내외형적인 꾸준한 성장을 통해 독립된 지역으로 승격,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시기였기에 더욱 책임감을 느꼈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 사장의 출발시점 목표는 업무향상성 증가와 비용절감,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였다고 한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취임이후 시스코코리아가 외국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본사에서 파견나온 직원을 모두 돌려보내고 100% 내국인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본사 직원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불식시키고 조직에서의 목표설정과 공유, 목표 수정, 문제해결, 브레인스토밍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단다. 더불어 본사직원 근무에 따르는 부대비용까지 절감하게 되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
이러한 성장에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많은 뒷받침이 됐으며 특히 시스코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파트너사 및 채널들, 시스코의 기술력을 인정해주는 고객사들의 든든한 후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김 사장은 네트워크업계의 기술축제 ‘네트워커스 2002서울’이 고객 및 채널들에게 봉사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흔히 외국기업의 경우 개인의 역량은 자기 스스로 개발해내고 이는 데이터를 통한 평가나 연봉을 통해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메마른 조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시스코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은 ‘정(情)’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강조하는 한국적 정서를 물씬 느끼게 하는 CEO란 인상을 준다.
김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시스코코리아가 급변하는 IT시장 환경에서 어떻게 한국적 기업으로 변신하며 이땅에 뿌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약력
△50년 경남 통영 출생 △75년 서울대 수학과 졸업 △98년 스탠포드 경영자 프로그램 수료 △75년 스페리 유니백(Sperry Univac) 시스템 분석가 △81년 국제기술 영업/지원 매니저
△85년 휴렛팩커드 코리아 마케팅 개발 매니저 △87년 휴렛패커드 코리아 테크니컬 시스템 매니저 △89년 휴렛패커드 코리아 지역영업 매니저 △93년 휴렛패커드 코리아 컴퓨팅 시스템 사업부/엔터프라이즈 어카운트 사업부 GM △99년 휴렛패커드 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영업 사업부 GM △2000년 11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비즈니스총괄 수석부사장 △2001년 8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대표이사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