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이색 무예고수 2인방

 김두한의 일대기를 다룬 TV 드라마 탓인지 20대 청년에서 60∼70대 할아버지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과거 무용담을 늘어놓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탁월한 격투기로 불의의 세력에 맞서 정의를 지켰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말이다.  

 하지만 옛날부터 바람을 가르는 필살의 무예를 자랑하는 진정한 고수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법. 무림에서 갈고 닦은 강인한 체력과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바탕으로 IT무림에 뛰어든 29살 동갑내기가 있다. 물론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는커녕 고수라는 평가에 손사래를 칠 정도로 낮추려고만 애쓴다.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대표 전제완 http://www.freechal.com)의 마케팅팀 최준혁 대리는 IT업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내공(?)을 축적한 고수 중 하나다.

 그의 주 종목은 ‘기천문(氣天門)’.

 최 대리는 “기천문은 단군 시대 때부터 전승돼 온 우리나라 고유의 심신 수련법으로 언뜻 보기에는 태권도의 모체인 태극권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태극권이 근육 이완에 초점을 맞춘 무예라면 기천문은 근육 강화가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널리 알려진 해동검 역시 기천문의 검술에서 비롯된 무예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천문은 격투기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단전호흡에 기초한 수양에 중점을 둬 처음에는 좀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사물에 대한 진지함과 소중함을 수양할 수 있는 정통 무예”라고 자랑했다.

 몇 단이냐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진지하게 수련했느냐를 기천문에서는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 대리는 “축농증을 고치기 위해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수련에 빠져들게 됐다”며 기천문은 특히 허리가 안 좋거나 내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적당하다고 추천까지 했다. 물론 여자들의 호신술로도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천무는 기를 중심으로 해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순환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하는 IT분야 종사자에게 안성맞춤”이라며 “요즘 회사 일을 핑계(?)로 열심히 단련을 못하고 있지만 다음달부터 회사 동료랑 함께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의욕을 다졌다.

 인터넷 솔루션 전문업체 나라비전(대표 한이식 http://www.nara.co.kr)의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 연구개발팀 현재봉 연구원은 사내에서는 스포츠 마니아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학 시절 ‘윈드서핑’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입사 후에도 사이클링, 등산, 축구, 헬스 등 가종 스포츠와 레저를 두루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연구원이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극진 공수도’라는 무예를 익혔고 태권도 공인 2단이라는 사실을 아는 동료는 거의 없다.

 현 연구원은 ‘극진 공수도’를 군대에서 연마했다. 후임병으로부터 배운 ‘극진 공수도’는 한 순간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권도와 비교해 훨씬 과격한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숨이 거칠지 않았다”는 현 연구원은 “새로운 무예에 대한 경외심마저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진 공수도’에 대해서는 신문에 연재됐던 만화 ‘바람의 파이터’를 연상하면 된다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또 그는 태권도가 남에게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격투기가 아니라 자신의 심신 수양을 위한 일종의 ‘도(道)’이기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수다운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련을 통해 쌓은 강한 체력과 건전한 정신으로 IT업계의 비상을 이끌겠다는 젊은 고수의 멋진 비상을 기대해 본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