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를 철수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외국계 IT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닷컴 열풍에 힘입어 IT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잇따라 한국지사를 설립했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의 전문업체들이 직접 진출보다는 딜러를 통한 간접 진출로 한국시장 공략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맞물려 한국 IT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돼 한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신규 진출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국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기업인 브로드비전은 지난 8월 국내 파트너사들에 지사 철수를 통보하고 인력 및 사무실을 모두 정리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사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솔루션 영업을 진행해온 딜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고객사 사후관리 및 신규영업 측면에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싱서버와 서치엔진 솔루션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 잉크토미도 최근 국내 리셀러인 펜타시스템테크놀러지에 독점 판매권을 양도하고 지사를 철수했다. 지난 99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잉크토미는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급성장해왔지만 최근 전세계 IT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펜타시스템을 통한 간접판매로 전환했다.
eCRM 솔루션인 다이나모를 공급해온 ATG도 지난해 본사 차원에서 매출부진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5개 지사 및 사무소를 없애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국내 영업과 기존 고객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은 솔루션 재판매업체(리셀러)인 KCC정보통신이 담당하고 있다.
2001년 2월 국내에 지사를 설립,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다국적 음성기술업체인 뉘앙스는 국내지사 설립 2년 만에 지사 철수를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뉘앙스코리아의 최승훈 사장은 “최근 본사 차원에서 한국지사의 철수를 검토중이지만 예스테크놀로지·MPC·헤이아니타코리아 등 국내 파트너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일단 국내지사 철수는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리눅스 기업인 레드햇은 국내에서 리눅스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 본사가 100% 출자해 한국지사를 설립했지만 최근 박용 지사장이 본사의 방침에 따라 물러난 이후 사업을 축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전문 솔루션업체들의 한국지사 철수 및 축소와는 달리 IBM·HP·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루슨트·알카텔 등 빅 메이저 업체들은 본사차원의 조직통폐합 및 구조조정과는 상관없이 한국시장에서만큼은 입지강화와 매출비중 확대를 위해 사업다각화, 대고객 서비스활동을 강화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