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온라인 게임 자율심의-패널토의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게임콘텐츠포럼(회장 김영만)이 주관하는 제11회 공개세미나가 지난 11일 영진닷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온라인게임 자율심의’란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성신여대 황승흠 교수와 방송위원회 평가총괄부 전혜선 차장이 각각 ‘온라인게임 사전등급분류의 법적 문제점과 자율규제 정책의 제안’과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제개정 및 운영현황’이란 주제로 발표했으며 전자신문 원철린 부장의 사회로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패널토의에는 안동근 한양대 교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유승호 박사,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본부 조명현 사무국장(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한국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 허홍 사무국장(엔씨소프트 이사),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윤영석 부회장(써니YNK 사장) 등이 참석해 온라인게임 자율심의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열띤 토의를 벌였다.

 

 <패널 토의>

 사회자:원철린 전자신문 부장

 패널:안동근 한양대 교수

  유승호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박사

  조명현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본부 사무국장(영등위 위원)

  허홍 한국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 사무국장(엔씨소프트 이사)

  윤영석 한국게임산업연합회 부회장(써니YNK 사장)

 

 ◇사회=사업자들은 자율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건은 돼 있는가.

 ◇윤영석=예전에는 업체들은 규제란 정부에서 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으나 게임이 산업화되면서 이제는 업체 스스로가 유저를 보호하고 지키지 않으면 스스로 유저를 잃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규제를 생각한다. 물론 따져봐야 할 것은 업체의 자율적 규제가 가능하냐 하는 것이다. 게임은 PC게임이냐, 온라인게임이냐, 아케이드 게임이냐에 따라 심의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또 최근에는 플랫폼의 퓨전화가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영등위는 기존의 게임심의방법으로 온라인게임을 심의하라고 한다. 최근에는 학습퀴즈도 심의를 받으라고 했다. 영등위는 심의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심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는지는 의문이다. 업체들은 정부규제를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고객을 보호하지 않는 한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는 미래지향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율규제를 위한 스터디그룹을 마련하고 비용부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민간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자율규제는 실패하게 된다. 업체들의 자율규제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으나 2∼3년 내에 반드시 성공하리라 본다. 업체만큼 게임에 대해 잘 아는 그룹도 없기 때문이다.

 ◇조명현=게임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학부모, 시민단체 등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 영등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여론의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영등위를 국가기관이라 규정하고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영등위는 문화부의 하위조직이 아니라 재정에서부터 인적구성에 이르기까지 정부에서 독립된 민간기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벌써 자율심의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규제를 하려면 사회로부터 법률적인 위임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객관성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규율단체를 만들려면 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또 영등위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규제를 논의하자. 업체의 자율심의 요구는 아직은 무리다. 영등위는 규제 일변도의 기구가 아니며 산업논리도 깊이 생각하고 있다. 영등위는 업체의 파트너이자 협의체이며 영등위와 업체가 협력할 때 산업, 공공성, 청소년 보호를 모두 지켜낼 수 있다.

 ◇사회=업체든 영등위든 모두 자율심의 원칙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으나 업체에서는 자율심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고 영등위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심의주체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

 ◇유승호=규제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라는 절차의 문제이다. EU에서 내놓은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보면 규제주체는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등급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즉 절차의 공공성이다. 미국에서는 학부모를 내세워 배심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일반사람이 먼저 평가하고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위원회에 제소, 게임전문가들이 재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결국 누가 등급을 매기는 절차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게임산업연합회의 자율규제가 절차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독립성과 개별기업 이권으로부터의 자유가 전제돼야 한다. 아직까지는 없다. 오히려 시민은 관제화된 민간기구인 영등위를 더욱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영등위에서 규제하는 것이 옳다. 물론 연합회가 앞으로 얼마나 빨리 절차의 공공성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자율규제 시기는 더 빨리 올 수 있다. 다만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의 처벌규정은 대폭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학부모, 가족, 학교 등의 역할을 키워주면 오히려 영등위의 위상은 강화될 수 있다.

 ◇사회=유 박사가 말한 업계 자율심의의 두 가지 전제 중 재정적인 독립은 업계회비 등을 통해 확보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개별기업으로부터의 자유는 과연 확보할 수 있는가.

 ◇허홍=업계에서는 자율심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기 전부터 업계발전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많은 사전준비를 했다. 자율심의의 중요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와 영등위와의 차별성이다. 영등위 심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기구라고 하지만 정부의 영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또 객관적인 심의기준이 부족하고 세부기준이 너무 많아 창작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청소년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관리의 문제가 중요하다. 고객 필터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심의비용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 최소화할 것인가. 업계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통해 업체들이 자율규제하고 사용자들이 규제장치를 다운로드하는 식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자율규제하기로 한 업체 중에서 일탈자가 있다면 일탈자의 규제는 사법부 등 정부기관이 통제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사회=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의 자율심의와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조화시킬 방법이 있는가.

 ◇안동근=공익과 사익의 충돌은 표현의 자유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의한 합의가 필요한데 공동체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은 미디어를 통한 여론에서 나온다.

 ◇사회=방송프로그램의 경우 업체가 먼저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방식을 취한다. 이유 중 하나는 다매체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프로그램을 방송사에서 심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정책기구로 전환하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부여할 수 있게 한 뒤 사후관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명현=영등위도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영등위는 정책을 연구하고 사후관리 수단으로 법적인 조치나 제재를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권한을 받은 뒤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더 큰 위험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된 규제에 대해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면 업계는 위협을 받는다. 물론 지금까지 영등위는 업계와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았다. ‘영등위 위원은 업체와는 만나서는 안된다’는 등의 의무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업계와의 융화를 위해 영등위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영석=업계에서는 자율심의 공감대 아래 온라인게임을 제대로 심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공정성을 확보한 패널들이 게임의 등급을 매기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패널은 학부모, 미디어, 게임사용자 등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100명으로 구성되며 패널이 매긴 등급에 대해 자율적으로 등급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물론 패널의 의견편차가 너무 심하거나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탈행동을 일삼는 업체에 대해서는 영등위에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지금 토의를 통해 업계와 영등위가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도출해내고 있다. 조 사무국장은 영등위 심의를 위임할 수도 있다고 했고 윤 부회장은 외부패널을 통해 등급을 판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법과 제도에서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가.

 ◇유승호=누차 강조했다시피 등급의 주체보다 등급주체를 선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100명의 패널은 겉으로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과연 누가 선발하는 것이 옳은가를 따져보면 절차의 공정성 문제에 또 부닥치게 된다. 게임산업연합회에 영등위 심사위원 추천권을 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현재 온라인 등급제에 대한 문제를 여론몰이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럴리 없겠지만 온라인게임업체에서 사명감이 과잉돼 업체의 위상을 이 기회에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문제해결은 곤란하다. 또 영등위는 영등위 나름대로 온라인게임 사용자가 다양해지고 게임도 변모하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기준을 도출해나갈 수 있는냐가 앞으로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사회=만약 업체에서 자율심의하고 심의결과에 대해 정부에서 사후판정하는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홍=그 정도 결과는 좋다고 본다. 업체가 자율심의하더라고 일탈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탈행동에 대해 검찰이든, 영등위든, 정보통신위든 규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국기기관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안동근=자율심의는 영원한 숙제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등급제를 실시하게 된 철학적 배경이다. 게임사용자, 게임제작자 등 각 주체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 특히 업체는 스스로 왜 우리가 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가, 내 아들과 딸이 이 게임을 즐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심사숙고해야 자율심의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온라인게임도 21세기 문화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는 사회적 책임도 나눠지는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자율심의는 결국 사회의 성숙도와 관련돼 있다. 정부와 소비자가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이런 논의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토의를 통해 정부, 시민, 업체들의 합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금만 머리를 맞댄다면 자율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리=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