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통신장비업계, 불황 끝이 안보인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통신분야 신규투자가 격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 NTT도코모까지 최근 3세대(G) 이동통신가입자 유치실적이 목표에 미달, 투자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일본 통신장비업체들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NTT도코모는 올해 전국민 약 90%가 3G 서비스(FOMA)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기 위해 총 9600억엔(약 9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통신장비업체에 발주한 물량은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NTT의 지역전화사업을 담당하는 NTT동·서 양 사도 당초 올해 광네트워크 등을 건설하는 데 지난해와 같은 총 2조3000억엔(약 2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들 중에 상당수가 신규 투자사업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후지쯔와 NEC, 후루가와일렉트릭 등 일본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후지쯔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통신불황으로 올해 약 100억엔(약 1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지난 7월 이를 약 3배(300억엔)로 확대했다. 그 후에도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최근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불황이 계속될 경우 올해 무려 600억엔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NEC도 올해 NTT 등으로부터 통신장비 판매가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달 하순 발표할 올 상반기 실적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 후루가와일렉트릭은 지난해 11월 미국 광섬유업체를 인수할 때 회계에 반영했던 영업권 462억엔 중에 무려 80%를 대손처리해야 할 상황임을 감안하면 올해 적자폭이 당초 예상액(88억엔)보다 2∼3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공시했다.

 또 ISDN 관련 통신장비업체인 메세이일렉트릭과 통신 및 계측장비를 공급하는 아리스 등도 각각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20∼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