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한 입찰과정에서 건설업자·담당공무원과 입찰시스템을 개발한 업체 등에 의해 250억원대의 부정낙찰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입찰은 관급공사에서 제기된 담합·예정가 유출 등 각종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부터 개찰까지 전과정을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자입찰 부정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단장 하옥현)는 14일 전남도에 전자입찰시스템을 공급한 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이미 응찰한 업체의 입찰가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부정낙찰받은 건설업체 대표와 전자입찰시스템을 개발한 업체 및 유지보수업체 관계자 등에 대해 구속 또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를 묵인한 전남도청 회계과 직원도 구속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G종합건설 이사인 유모씨 등은 광주소재 중·소규모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H정보통신을 내세우고 담당공무원인 장모씨와 결탁, 지난해 11월 전남도청과 ‘실시간 전자입찰 소프트웨어 설치 및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유씨 등은 제품설치 과정에서 실제 입찰이 이뤄지는 메인시스템은 보안시설이 전혀 없는 외부업체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두고 웹서버만 도청 회계과 내에 설치,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담당공무원인 장씨는 시스템을 검수하면서 통합 메인시스템이 회계과 내에 설치된 것처럼 허위로 검사조사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시스템의 개발자인 이모씨 등은 전자입찰시스템 내부의 파일만 바꾸면 간단히 이미 응찰한 입찰금액을 바꿀 수 있는 점을 악용, 유지보수 업자와 짜고 낙찰받기 원하는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대가를 받고 낙찰받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총 21건에 대해 250억원 상당의 공사를 부정낙찰 받았다고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행자부의 권장에 따라 조달청의 전자입찰시스템을 이용했으나 전남도는 독자적인 전자입찰시스템을 도입, 사용해 왔다. 전남도는 이같은 비리가 표면화되자 ‘잦은 전산장애’를 이유로 지난 8일부터 시스템 운영을 중단하고 국가종합전자입찰시스템(G2B)을 사용하도록 했다. G2B는 공개키기반구조(PKI)를 적용, 각종 입찰관련 데이터를 암호화해 전송하므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