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2.3㎓ 대역 주파수의 조기 재할당을 요구함에 따라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2.3㎓ 대역 주파수의 기술방식이나 정책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이나 이미 초고속인터넷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KT·하나로통신·데이콤 등 사업자들은 조기에 재할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적으로 이와 관련, 사업활성화에 나설 의사를 거침없이 피력하는 상황이다. 일부 사업자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배경=정부의 일정에 따르면 2.3㎓ 대역 주파수의 본격적인 활용은 사실상 2004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2.3㎓의 활성화를 전제로 하면 그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초고속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하려는 유선통신사업자의 경우 대부분 주파수 활용상의 제약으로 서비스 지연은 물론 기존 2.4㎓ 대역과 새로운 2.3㎓ 대역의 투자 역시 미룰 수밖에 없다.
KT의 경우는 특히 기존에 투자해온 무선랜과 이후의 투자가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두루넷 등도 무선랜의 상용서비스에 이미 들어갔거나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경우 이미 이 대역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정부의 정책의지가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2.3㎓ 대역의 주파수 재할당 방침만 정해놓은 채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직은 주파수 용도, 적용기술 방식, 표준화, 주파수 할당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업자간 원만한 합의와 연구소 등의 연구결과가 나와야만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같은 정통부의 입장이 무선랜사업 진척상황 등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여러 이유를 들어 기술표준을 정한 뒤 2.3㎓ 대역의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의 흐름을 감안하면 탁상행정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IT흐름을 감안하면 하나의 표준으로 묶어 허가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이다.
◇업체별 반응=KT와 하나로통신이 가장 적극적이다. 두 회사는 이미 기존에 WLL용으로 이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받은 상태며 상용서비스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의 경우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방침에 적극 부응한다는 방침이나 재할당 방침이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이같은 방침의 변경을 재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주파수 반납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재할당할 경우 기득권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데이콤과 두루넷도 이미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루빨리 재할당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다만 SK텔레콤은 아직 기술방식이나 업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망=업계는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주파수 적용기술 방식에 대한 표준화를 거쳐 주파수 할당을 추진하겠다는 현재의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나 할당이 이뤄질 수 있고 상용화 시기는 결국 2004년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계가 ADSL의 경우 국내 표준 및 기술개발보다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술방식을 선택해 결과적을 성공했다는 점을 들어 우선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고 있어 이의 정책반영 여부에 따라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특히 2.3㎓의 주파수 할당 여부에 따라 이와 관련 산업의 활성화 여부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